11/06/2010

감사와 함께 걸어보았어요


이곳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늦가을 날씨가 이어져서 바깥 활동하기가 좋았습니다.
깔끔한 햇빛과 선선한 바람 덕분에 하루 가운데 틈새 시간을 이용해 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화요일은 미국 선거일이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질 않고 집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점심 먹고 느슨해지는 오후 시간에 자전거를 타든지 걷든지 하려고 공원에 나갔습니다.
바람이 조금 부는 듯 했지만 숲으로 들어가 걷기를 시작하자 바람은 사라져버리고 상쾌함만 느껴졌습니다.

둘째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먼저 목적지까지 달려갑니다.
한참 동안 그렇게 헤어져 있다가 남은 세 식구가 걷고 있는 곳을 찾아 옵니다.
이 날은 5마일쯤(!) 멀리 걸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둘째와도 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네 식구가 산책로에서 다시 만나면 남편은 남은 길을 다 걷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걷기 시작한 곳, 그러니까 자동차를 주차해 놓은 곳으로 갑니다.
이 공원의 산책로가 워낙 길기 때문에 끝에서 끝을 왕복하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듭니다.
남편이 주차해 놓은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 시간과 남은 길을 걸어야 하는 시간을 얼추 맞추어 둘째 아이가 돌아와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첫째 아이와 저는 그냥 걷기만 하지만, 남편과 둘째 아이는 전화를 주고 받으며 걷는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고, 만나는 장소를 설명합니다.
공원에 갈 때마다 걷는 거리가 달랐으므로 만나는 장소도 늘 바뀌어서, 옆에서 지켜만 보아도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고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
건강하고, 지혜롭고, 마음 따뜻한 둘째 아이가 있어서 누리는 기쁨으로 인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첫째 아이는 어디를 가든 걸을 때마다 맨 뒤에서 따라옵니다.
뒤에 있으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앞세워 걸어보게 해도 다시 뒤로 갑니다.
앞에서 걷는 것이 두려운지,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화요일 걷기에서는 첫째 아이가 저희 부부보다 앞서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씩씩한 걸음걸이로, 산책로 옆으로 나타나는 다람쥐와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영어로 인사를 나누며 목적한 곳까지 계속해서 앞서 나갔습니다.
기분이 좋은 날이었나 봅니다.

첫째 아이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장애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걷는 것이 정말 느렸습니다.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발달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과 걷기에 있어서는 저희 아이가 유난히 늦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만2세 하고도 6개월이 되었을 때 혼자서 잠깐 동안 설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걸음마 연습을 해서 혼자 걸을 수 있는 만5세가 되어서야 장애 어린이를 위한 조기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걷는 것이 불안하고 계단은 혼자 오르고 내려가지 못해서 안거나 업어주어야 했습니다.
           
일년이 지난 뒤 아이는 놀라울 정도로 걷는 자세가 안정되게 바뀌었는데, 그 당시 조기교육을 같이 시작했던 엄마들이 저희 아이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교육을 끝까지 받을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였다며 함께 기뻐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지금까지도 기적과 감사를 경험하게 하기도 하고, 때론 가슴이 미어지고 고통스러운 경험도 하게 합니다.
지난 화요일도 그런 날들 가운데 하루였습니다.
꽤 먼 거리를 부모보다 앞서 힘차게 걸어가는, 어느새 어깨가 넓어진 열일곱 살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뜨거운 기운이 목을 타고 올라오는 듯 했습니다.
건강하고, 착하고, 순수한 첫째 아이가 있어서 날마다 경험하는 기적으로 인해 다시 한번 감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거기에 감사까지 찾아와 동행해주니 그 시간, 그곳은 하늘 나라였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편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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