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2010

Mountain Laurel



지난 주 제 블로그에 글이나 그림을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한 주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변변치 않은 블로그이기는 하나, 그저 일 주일에 한 번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삼으려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는 곳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 블로그를 찾아야할 그 때쯤, 분주한 일이 있어 시간을 낼 마음의 여유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또 어디를 갔다 와야 했기에 제 딴에는 작은 아들에게 성경 한 장을 타이핑해서 블로그에 올려달라고 부탁하리라 생각하고, 성경을 뒤적이다 잠언 16장에 눈길이 머물길래 그것을 마음에 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탁한다는 것마저도 깜빡 잊고 말았습니다.

어쨌거나 그로부터 또 한 주가 지났습니다.
요즘 시간 가는 걸 보면 한국에 있을 때보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정말 휙휙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니까 그런가 싶었는데, 교회 어느 청년과 얘기하다 보니 그이도 미국에서의 시간이 더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답니다.
그래서 그이에게 하나님이 이곳의 시계를 한국보다 더 빨리 돌리시는 것은 아닐까 했더니, 그러게요 해서, 한번 웃었습니다.


공원을 걷다가 예쁜 꽃을 발견했습니다.
꽃은 다 예쁜 것 같습니다.
전에 종이접기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때 접었던 어떤 꽃과 똑같이 생긴 진짜 꽃이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그 공원에는 유난히 그 꽃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걷고 나서 공원을 소개하는 건물을 통과해 나오는데 그 꽃을 사진으로 찍어 전시해놓은 것이 보였습니다.
꽃 이름이 Mountain Laurel 이랍니다.
로렐?
한국에서 유명한 제화회사의 구두 이름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은데…. ㅋㅋㅋ

집에 돌아와서 꽃 이름을 인터넷 검색창에 쳤더니 많지 않은 정보가 떠올랐습니다.
철쭉과에 속하고 미국 동부에서 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철쭉과 닮은 구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단순한 하루 하루를 살다 보니 작은 발견이나 깨달음도 오랜 여운을 가지고 제 곁에 남아있습니다.
로렐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왔다가 떠나고, 또 왔다가 떠나갑니다.

어떤 시험에서, 주제를 주면 자신의 생각을 써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요즘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건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육체적인 건강과 영적인 건강의 조화를 결론으로 정하고 글을 썼습니다.
같은 시험에서 또 한번은, 다른 나라로 이사를 갔을 때 그곳의 새로운 문화와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문화를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또, 새로운 문화를 존중하고 배워가되 자신의 문화도 소중히 여기는 조화로움을 결론으로 설정하고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두 번 모두 “조화” “어울림”을 글을 펼치는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이런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글 쓰기 편한 구조인가요??? *^^*

이번에는 로렐 꽃을 생각하면서도, 눈에 잘 띄고 보기에 좋은 꽃과 어울려 있는 다른 것들에 마음이 갔습니다.
큰 나무들에서 떨어진 잎사귀들이 쌓여 썩은 푹신한 이불 같은 거름, 누군가 나무 밑에 정성스레 덮어준 나무 조각들(woodchips), 꽃을 받쳐주는 벌레 먹은 잎사귀, 곤충들, 주변의 나무들, 신선한 공기와 바람과 하늘, 그 곁을 편안한 얼굴로 지나쳐가는 사람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그 꽃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레 접혔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어울림에 대한 물음들이 생깁니다.
나는 주변과 잘 어울리는 사람인가?
둘러싼 환경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그리스도의 평강이 너희 마음을 주장하게 하라 평강을 위하여 너희가 한 몸으로 부르심을 받았나니 또한 너희는 감사하는 자가 되라”(골로새서 3:15)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