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2010

겨울눈(Winter Bud), 언제나 준비하고 있구나


날씨가 조금 풀린 것 같습니다.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따라가 등을 디밀고 앉아있자면 따뜻한 기운이 살살 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햇빛이 없는 곳에서는 여지 없이 히터를 끼고 있어야 할 만큼 춥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10년 만에 찾아온 한파니 100년 만에 내린 폭설이니 하는 소식을 자주 듣습니다.
여기는 미국의 남부 지역이라 눈은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보통 때보다는 많이 추운 겨울을 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신문을 보니 이러한 기상이변에 대한 이유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의견이 여기저기 실려 있습니다.
어떤 과학자는 북극의 찬 기운을 막아주던 제트 기류의 둑이 무너져서 북반구의 나라들이 이상 한파를 겪고 있다고 하고, 또 다른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계속 되면서 더워진 공기가 지구의 공기 순환을 빠르게 해 남극과 북극의 공기가 더 먼 곳까지 이동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지구에 앞으로 2, 30년 동안 미니 빙하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들을 싣고 있습니다.




그 기사들을 보면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가 생각났습니다.
2004년 영화가 상영된 이후로 겨울이 오면 TV에서 이따금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기후학자인 주인공이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되어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이 올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이 되는 내용입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꽁꽁 얼어버린 뉴욕을 배경으로,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줍니다.
최근까지 이 영화를 볼 때만 해도 뉴욕이 얼어버리는 것은 완전히 허구이고, 퀴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아들이 눈과 얼음 속에 갇히게 되고 그 아들을 구하기 위해 찾아나서는 주인공 아버지와의 감동 스토리쯤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요즘 같은 이상 기후를 봐서는 그 영화에서 벌어진 일이 있을 법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오랜만에 추위로 잔뜩 웅크린 어깨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눈길이 나무들에게 가 닿습니다.
여기도 있나….
있습니다. 겨울눈(Winter Bud).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여러 집 엄마들이 뭉쳐 공동육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아이들 데리고 박물관과 고궁 나들이를 자주 했었습니다.
어느 겨울 날, 경복궁에선가(?) 뭔가를 잘 설명해주는 얼씨구 엄마(엄마들 별명, 우리 가락과 사물놀이를 주로 가르치는 엄마였어요)가 겨울눈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저도 나무에 겨울눈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고 신비로웠습니다. *^^*
그로부터 겨울나무들을 볼 때면 겨울눈이 있나 자꾸 살피게 됩니다.

겨울눈은 나무나 여러해살이 식물이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겨울을 지내기 위해 만드는 눈으로, 봄에 새싹이 나올 수 있도록 겨울 내내 보호된다, 고 백과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잎으로 무성한 여름부터 다음 해를 다시 살기 위해 눈을 만들고, 가을을 지나 차가운 겨울을 견딘다고 하니 참 놀랍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계획과 준비, 강인함과 인내를 보여주는 겨울눈이 어느 때보다 더욱 살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겨울눈들이 추운 이 겨울을 더욱 튼실하게 넘기고, 따뜻한 봄에 고운 새싹으로 만나게 되길 빌어봅니다.

“너는 알지 못하였느냐 듣지 못하였느냐 영원하신 하나님 여호와, 땅끝까지 창조하신 자는 피곤치 아니하시며 곤비치 아니하시며 명철이 한이 없으시며 / 피곤한 자에게는 능력을 주시며 무능한 자에게는 힘을 더하시나니 / 소년이라도 피곤하며 곤비하며 장정이라도 넘어지며 자빠지되 /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치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하리로다”(이사야 40: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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