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09의 게시물 표시

어머님의 글을 조금 옮겨 적다

이미지
며느리가 가끔 생활이야기를 써서 교회 홈페이지(한국)에 올린 것을 보시더니 언젠가부터 어머님의 이야기도 써보시겠다고 하셨더랬습니다. 그러시더니 우리 가족이 미국에 올 때 서류봉투를 하나 건네주시면서 네가 잘 정리해 봐,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님, 죄송해요. 미국 온 지 2년이 가까워오는 오늘에서야 어머님이 쓰신 글을 꺼내 보았어요. 제가 이래요. 그래도 오늘이라도 열어보았으니 괜찮죠? 히히히. 늘 마음에 담고 있었어요.”

여선교회 공문으로 받은 A4 크기의 종이와 그 크기와 똑같게 자른 교회 달력 뒷면에 가지런히 적어놓으신 글이 세어보니 28장이나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아끼고 절약하는 어머님이시기에 이런 종이를 사용하신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그리고 강화 망월에서 60 여년을 사시면서 100년도 넘은 교회를 한결같이 섬기신 어머님에게 28장은 너무 적은 분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머님 글을 제 블로그에 사용할 목적(^^)으로 타이핑을 시작했습니다.
*********

<내가 만난 예수님- 라파의 하나님>(2008년 2월에 씀)

나는 지금 66세에 들어섰다. 요즘 자꾸만 마음 속에 지나온 일들이 새록새록 머리에 떠올라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이 못난 딸을 주님께서 부르시어 주님의 깊으신 사랑을 깨닫게 하셨고 그 많은 생명들 중에 나를 구속하여 생명의 길을 찾게 하셨기에, 살아온 발자국마다, 임마누엘 되신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여 그 누구에게라도 우리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성격이 소심하고 담대하지 못하여 늘 자신 없고 교회 공동생활 하는데도 앞장서기 보다는 뒤에서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늘 부족한 사람이다.
우리 교회에 새로 부임하신 목사님이 전하시는 말씀 가운데 “여러분, 주님을 만나보셨습니까? 성령을 체험했습니까? 주님과 나와의 관계는 지금 어떤 모습입니까?” 질문하실 때마다, 재작년 성경을 읽다가 큰 감동을 받은 신명기 33장 29절 말씀을 마음 속으로 대답하곤 했지요. “이스라엘이…

그 녀석들을 바라보다가

이미지
주말(週末)은 언제부터 시작이지?
금요일 저녁 아니면 토요일….
주말이라고 해서 뭐 특별할 것은 별로 없고 주일을 준비하는 시간이지만 주말이 주는 여유로움을 그래도 조금 더 길게 가지려면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터에서 그 동안 정리가 필요한 일들 가운데 하나를 마무리 했습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서 좋은 책을 선정하여 음성 녹음한 CD를 언제고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도록 목록을 작성하고, CD를 여러 개 복사해서, 레이블을 만들어 붙이고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정리해 놓는 것입니다.
몇 시간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것이라 그날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조금씩 하다 보면 급하지 않고 덩치가 큰 일은 뒤로 미루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시간이 허락되어 도서 녹음 CD(밀알에서 사용하는 공식 명칭)와 관련된 일들을 집중해서 할 수가 있었습니다.

마음 먹은 일이 거의 마무리되고 보니 홀가분합니다.
혼자 뿐인 사무실에서 맘껏 기지개를 켜며 “아~” 소리를 내어봅니다.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이고 날씨는 곧 비가 올 것처럼 흐리고 나무는 알록달록 물들어가니 차 한잔 마시면 딱 어울릴 분위기입니다.
주방에 가서 둥글레차 한 잔을 타가지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다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게 되었습니다.

어라, 저 녀석 왜 저기 있는 거지?
으잉? 목에 줄도 안 묶여 있네.
어쩌자고….
일터 앞쪽에 있는 중고센터(재활용센터?) 사장님네 개 같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여 차에서 내릴 때면 그 녀석이 빤히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그 녀석에게 눈길은 주지도 않고 묶여 있는지 확인한 다음,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떨어져 사무실로 내려옵니다.
조그만 강아지도 아니고 누런 빛을 가진 개인데 앉아 있다가 제가 지나갈 때 벌떡 일어서면 살짝 움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녀석이 거추장스러운 목줄에 묶여 있지 않음을 보여주기라도 할 모양으로 사무실로 내려오는 길에 철버덕 누워 자고 있는 것입니다.

이따가 어떻게 차 있는 데로 가지?
걱정이 아주 잠깐 되…

나누고 싶은 햇빛과 바람

이미지
동생에게

동생 편지를 받고 곧 답장을 했지만 동생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어줍잖은 내 생각이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어.

여기는 여름 끝자락에 비가 엄청 많이 오더니 흐린 날도 많고 비도 자주 오고 있어.
그러는 사이에 철이 바뀌었고 아침, 저녁 기온도 뚝뚝 떨어지고 말이야.
오늘은 바람도 꽤 불더라구.

바람도 불고 동생 생각도 떠나지 않아서 그랬나?
이솝 우화 가운데 “해와 바람”이라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
이야기가 섬세하게 생각이 나질 않네. --;
해와 바람이 누가 힘이 더 센가 내기를 했나?
그래서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누가 벗기는가로 힘 센 것을 가늠하기로 했지.
바람은 있는 힘껏 바람을 불었는데 나그네는 옷이 벗겨질까봐 옷을 더 꽉 끌어 안았고.
해는 따뜻하게 그 빛을 비춰주자 나그네가 옷을 벗어 해가 이겼다는 이야기.
이거 맞나?

이 이야기를 두고 책에서는, 그 다음에는 나그네의 옷을 누가 다시 입히는가 내기를 했는데 물론, 바람이 이겼다는 거야.
이야기가 이렇게 풀리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괜한 힘 겨루기는 쓸모 없다, 뭐 이런 교훈을 주고 싶은 것이리라 여겨져.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이 이야기를 바라보고 싶어.
나그네의 옷을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해 보면, 관계를 맺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따뜻한 햇빛이지 몰아치는 바람이 아니라고 말이야.
살다가 관계의 어려움과 마주치면 난 이 얘기가 떠오르곤 하더라.
내 수준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원수를 사랑할만한 그릇이 안 되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것이 따뜻한 친절을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 치는 거지.
--;

동생의 성품을 볼 때 이런 수준은 이미 뛰어넘은 것 같아.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긍휼이 여기는 마음으로 아파하고 있으니 말이야.
참 착하다, 동생!

얘기하다 보니 동생한테 주고 온 그림책들 생각난다.
그림책 모으는 즐거움이 꽤 컸는데.
아이들도 읽고 나도 읽고.
그림책은 짧은 글 속에 온갖 감정이 실려 있으면서 유익한 교훈들도 들어 있고, 그런 내용이 여러 가지 형태의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참 좋았는…

기꺼이 하는 약속

이미지
지난 5월 우리교회 한국학교 종업식을 하고 교사와 보조 교사들이 공원에 모여 점심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거기에 교사의 자녀들이 같이 있기도 했는데 제 둘째 아들 강윤이도 끼어 있었습니다.
얼추 그 식사 자리가 정리되고 교회 Youth 오케스트라 모임 시간이 다 되어 중고등부 아이들 대여섯 명을 태우고 교회로 오게 되었습니다.
교회로 오는 동안, 그 가운데 한 아이가 셀폰을 잃어버렸는데 집에 있는 세계위인전 60권을 다 읽는 동안 셀폰을 찾으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이 다시 셀폰을 사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은 웃으며 떠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위인전이라는 말에 살짝 끼어들어 “그 책 우리 강윤이도 빌려주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책은 글씨도 크고 페이지 수도 많지 않아 강윤이한테는 너무 쉽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강윤이가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것을 마음에 두고 하는 말 같았습니다.
“어, 그래도 괜찮아. 강윤이도 위인전은 많이 읽지 않아서.”
“야, 너 그러면 히틀러 알아?”
“응~~~”
“몰라?”
“그러면 장영실은 알아?”
“뭐 만든 사람.”
“야, 너~”
이 사람 저 사람 이름을 서로 대가며 아는 둥 모르는 둥 할 때마다 “oh, my goodness!” 를 외쳐대며 낄낄 깔깔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아이들이 물어볼 때마다 강윤이가 너무 대답을 못해서 ‘이거 괜히 책 빌려 달라고 해서 애 기죽이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아이들은 “그럼 세종대왕은 알아? 이순신은 알아?” 하며 거의 놀리는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운전을 하며 뒤에서 들려 오는 강윤이의 목소리만으로 가만히 가늠해보니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계속 대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먼저 알고 나중 아는 것일 뿐, 모르는 것은 필요하면 배우고 익혀서 알면 되는 것이지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마땅히 알아야 할 진리라면 일찍부터 알고 깨닫는 것이 좋겠지만요.^^

그…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이미지
지금 이 시간 한국에서는 어제 준비한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추석날 아침 식사를 하셨을 겁니다.
추석 아침 식사가 지나고 많은 설거지를 마친 다음 조금 한가해지는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드려야지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엄마가 먼저 전화를 하셨습니다.
“조금 전에 예희네가 들렸다 갔어.
예희네 작은 아빠가 복숭아도 한 상자 사오시고 형 대신이라며 용돈도 주고 가셨어.
형 대신이라고…………….
고맙다고 전화 한번 해.
다른 얘기는 나중에 하자.”
전화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그다지 밝지 않은 것 같아 강윤이에게 다시 전화하라고 했습니다.
손자 목소리를 들려주면 좋아하시려나 했는데 지금 송편 만들고 있다며 나중에 통화하자고 하십니다.
우리 가족이 곁에 없어서 허전하신지…

강화 부모님께도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버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할아버지, 난 강윤이.”
“그래, 강윤이구나.’
“응.”
“응이 뭐야. 존댓말 해야지!”
“아빠 바꿀게요.”
“저예요.”
“(흐뭇한 웃음) 그래, 그래.”
아버님은 손자보다 아들이 더 좋으신가 봅니다.
강화 부모님들을 제 나름대로 이해해 보면 이렇습니다.
조금 특별한 첫 손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시는 상태로 시간이 지나가고, 둘째 손자를 맞이해서는 첫째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것 같아 그대로 지내다 보니 손자들과 많은 정을 나누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자잘한 정을 나누는데 서투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목회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아깝지 않게 헌신하신 부모님들이십니다.
어머님은 미국에 다녀가신 후, 강산이를 위해서는 그 동안 기도를 많이 했는데 강윤이를 위해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고 하셨습니다.
부모님이 주시는 모든 것들은 아들이든 손자든 다 우리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인 것을 압니다.
예희네 목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사돈 어른-그러니까 제 부모님이시죠-용돈까지 챙기는 서방님과 동생(동서) 부부가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복입니다.
어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정말 감동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