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라로 한 장애우를 떠나보내며


어제 서영진의 입관 예배에 갔었습니다.

영진이는 아틀란타 밀알선교단에서 “알게 된 아이”입니다.
영진이를 알았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이 별로 없고 따뜻하게 안아본 적도 없는 아이입니다.
제가 아이라고 했지만 영진이는 서른 두 살의 숙녀입니다.

그 영진이가 엊그제 하늘 나라로 갔습니다.

언젠가부터 영진이가 몸이 더욱 약해지면서 직장에도 나가지 못하고 그러더니 지난 4월 10일쯤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악성 빈혈이라면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영진이가 진단을 받은 그 병원에 며칠 입원해 있는 동안 보러 갔었습니다.
그 때는 영진이가 의료 기구와 약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지 그렇게 아파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깐 영진이의 병실에 머무르는 동안 다른 친구들의 격려 편지도 읽어 주고, 찬양도 불러 주고, 어떤 친구는 춤도 춰주고…
그리고 병실을 나오면서 손을 마주잡아 보았습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아프지 않고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을 실어 영진의 손을 꼬옥 잡았더랬습니다.

그 뒤로 영진이는 건강 상태에 따라 병원, 집, 그리고 호스피스를 오가면서 한 달여를 보내는 동안 밀알 가족들, 밀알 목사님 부부와 몇 분은 자주 영진이를 찾아가 살폈습니다.
영진이가 있는 곳을 지나갈 적마다 정말 자주 들러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가진 관심과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영진이를 가까이 알던 이들의 사랑을 그렇게 조금 더 받고 영진이는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영진이의 입관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갔더니 정말 많은 조문객이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누군지 다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영진이와 가족이 다니던 교회 교우들과 밀알 가족들 같았습니다.
그 동안 잘 보지 못했던 장애우 부모님들도 여러분 눈에 띄었습니다.
밝지 않은 얼굴 표정들로 봐서 남의 일 같이 여겨지지 않는 듯 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예쁘게 화장한 영진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며 하나님 품에서 편안히 쉬길 빌었습니다.
예배실을 빠져 나오자 장애우 엄마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피곤해 보이기도 하고, 덤덤한 척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서글퍼하기도 하면서 말이죠.

영진이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아이도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개인차가 있다지만 자꾸 가늠해보게 됩니다.
제 아이와 같이 살 수 있는 날들이 20년, 30년….
‘하늘 나라 갔는데‘ 하면서도 제 아이를 생각해 보면 그다지 편안한 감정이 되질 않습니다.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가요?
기독교인으로서 내세관이 확고하지 않아서 그런가요?
마음에 한(恨)이 많아 그런가요?

오늘도 새 날을 주시고 호흡하며 살게 하심이 은혜요 감사뿐인데,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상상해 볼 때, 제 마음 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 /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죽은 자들이 하나님의 아들의 음성을 들을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듣는 자는 살아나리라” (요5: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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