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2009

속물(俗物)과 속물(贖物)

<우리 교회 현관 안쪽 벽에 장식되어 있는 십자가들>
-교인들 가정마다 십자가를 하나씩 꾸며서 모은 것입니다.
십자가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중이랍니다.
성금요일 묵상예배에 다녀왔습니다.
며칠 마음을 힘들게 하던 문제를 가지고 드린 예배였습니다.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 닮아가는 삶을 살고 있는가?
세상과 벗하여 살면서도 거기에 매이지 않는 자유한 삶.

길지 않은 지난 삶을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대답은 아직도 속물(俗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대답만 남습니다.
조금만 시간 내어 기도해 보아도, 좋아하는 말씀 한 장만 읽어 보아도 온통 감사할 것 뿐인데 언제까지 이리 정신 못 차리고 투정하고 살 것인지 한심한 노릇입니다.

오늘 예배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하신 일곱 말씀을 묵상하는 예배였습니다.
첫 번째 말씀과 두 번째 말씀을 읽고 찬송하고 기도하는 동안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예배당에 가득했습니다.
마치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던 그 때도 이런 소리가 났을까 싶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예배 분위기 하고 잘 어울리는 소리였습니다.

그 순간에도 저는 동시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자동차에 송화 가루 천지인데 잘 됐다. 아주 깨끗해지겠는데.’
꽃가루가 많은 계절이라 제 차가 송화 가루에 온통 뒤덮혀 있어서 비가 언제 오려나 했었거든요.
어느 목사님은 교인 가운데 세차장 하는 사람이 있어 주말에 비오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셨는데 저는 제 것에만 관심 충만이지요.
게다가 예배에 집중해야할 시간이구요.
이러니 속물이지요.--!

우리 교회에서 드린 성 금요일 기도회 프로그램은 미 연합 감리교 예배서를 참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 예배에서는 순서 가운데 있는 공동기도문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여러 개의 기도문 가운데 두 개만 옮겨보겠습니다.

"영원하신 하나님, 하나님만이 우리를 하나되게 하심을 믿습니다.
우리를 도와 주시옵소서.
우리의 교회를 도우셔서 하나님과 또 우리 서로간에 행하도록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케 하시옵소서.
우리 가운데 불친절한 태도를 없애주시고, 성냄이나 덕스럽지 않은 말 따 위를 없게 하시옵소서.
부드러운 마음을 주시고 서로가 깊은 관심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도우소서.
다른 사람의 아픔과 어려움을 우리 자신의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시며, 또 우리 서로가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인내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이기적이지 않게 하시고 매일의 삶을 사랑 가운데 걸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닮게 하시길 간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기도문에 끝에 “예수 그리스도를 닮게 하시길” 이란 구절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 부분은 지금 발견한 것입니다.
어제 오늘 제 기도 내용이었거든요.
하~~~

"자비로우신 아버지, 우리 주님이 오늘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심을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기다립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우리 모두가 십자가를 향한 믿음 가운데 살게 하옵소서.
우리 자신들이 지니는 그리스도인 답지 못한 마음가짐이나 욕망을 십자가에서 버리게 하옵소서.
주님이 보여주신 남 섬기는 사랑을 매일의 기도를 통해 닮게 하옵소서.
우리가 가진 모든 썩은 것들과 불신앙의 소산을 제거시키셔서 이제는 옳은 일함에 두려움 갖지 않게 하시고 옳지 않은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게 하옵소서.
언제나 하나님이 기뻐하는 삶을 살아 당신께 영광 돌리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사순절 동안 이 세상에서의 내 존재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뻔한 결론으로 부활절을 맞게 될 것 같습니다.
별 수 없습니다.
제게 다른 길은 없습니다.
제가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속물(俗物)이라 해도, 속물(贖物)로 오신 예수님 따르는 길을 당당하게 갈 것입니다.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 가라사대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고 영혼이 돌아가시니라”(요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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