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2009

지금 알차게 살다보면...

**3월 첫날, 눈이 많이 왔어요. 이곳에서는 몇 년만의 일이랍니다. **

2월 중순을 넘기면서 세 권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소설이 읽고 싶어 한국에 있는 동생(사실은 동서)에게 부탁했더니 여러 권의 책을 부모님들 편에 보내왔습니다.
그 가운데 박완서 님의 단편들을 모은 『친절한 복희씨』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노인네의 마음을 잘 헤아릴까 싶게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소설들이 끝나고 책 뒷부분에 실린 해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70대 후반의 노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해설자는 작가가 노년이라는 것 이상으로, 노인이기에 가능한 세계 인식, 삶에 대한 중후한 감수성, 이것들에 따르는 지혜와 관용과 이해의 정서가 품어져 있는 작품세계를 드러내기에(285쪽) 노년문학이 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이 문학사에 있어서의 가치, 뭐 그런 것은 잘 모른다 하여도, 작가는 나이가 든 자신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조화롭고 충실하게 살고 있다는 느낌만은 분명하게 남았습니다.

다른 두 권은 아틀란타 밀알선교단과 관련되어 읽게 된 책들입니다.
세계밀알 총재이신 이재서 교수님의 『내게 남은 1%의 가치』, 그리고 이승복 님의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이재서 교수님은 열 다섯 살에 실명하여 시각장애인이 됩니다.
눈은 몸의 99%라는 통념대로라면 자신에게 남겨진 것은 1%이지만 하나님을 만난 다음 그 1%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습니다.
집 안의 가난과 세상의 온갖 편견 속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꿈을 키웁니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총신대에 들어가서 장애인을 위해서 전도, 봉사, 계몽을 목표로 하는 밀알선교단을 시작하게 되고, 장애인 선교 사역은 성경 지식만으로는 어렵다는 현실 인식과 세계 장애인을 위한 선교 기구를 세우기 위해 미국에서 유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정책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고, 그의 꿈대로 세계 곳곳에 밀알선교단을 세우게 됩니다.

이승복 씨는 여덟 살에 미국에 이민 와서 부모님과 조국에 기쁨을 줄 수 있는 길을 찾다가 체조 선수가 되기로 합니다.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한 그는 늦게 시작한 체조 선수 생활에서도 두드러지게 됩니다.
올림픽에 한국 선수로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연습하던 중 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습니다.
열여덟 살 체조 선수로 촉망받던 그는 사지마비 장애인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그도 역시 장애를 얻은 것에서 끝나지 않고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자랑스런 한국인이 되기 위한 꿈을 갖습니다.

요즘 신문에 미국 명문 다트머스 대학 총장에 한국인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슈퍼맨 닥터 리라고 불리는 이승복 씨는 바로 그 다트머스 의대와 하버드 인턴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합니다.
그리고 존스 홉킨스 병원 재활의학과 수석 전공의가 되어 재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의사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을 만난 닥터 리는 자신에게 장애는 축복이라고 고백하며 하나님의 완벽한 계획을 믿고 소망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가족이 이민자로서의 삶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막 지났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것은 길지 않은 시간인데도 이곳 생활을 경험하지 않았을 때는 심드렁하게 읽었을 것 같은 미국을 배경으로 한 글들이 마치 바로 제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처럼 여겨졌습니다.

또 하나는 “No pain, No gain"의 내용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는 저자들을 보면서 삶에 대한 용기도 얻지만, 이민자이면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어떻게 살 것인지 아직도 저에게는 또렷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남편과 늘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남편과 제가 분리된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이번 주부터 자연스럽게 밀알선교단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장애인, 장애인 가족, 그리고 장애인 선교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사귀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지금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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