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2009

집에서 먹는 밥이 최고야


부모님들을 모시고 바람을 쐬고 오기로 했습니다.
가기로 한 곳은 아미카롤라 폭포(Amicalola Falls).
지난여름에 남편과 잠깐 들렸던 기억이 나서 한나절 시간 보내기에는 괜찮을 것 같아 그리로 정하였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한 시간쯤 걸려 가는 것 치고는 소박한 풍경을 가진 주립 공원입니다.
폭포 한 줄기를 놓고 주립 공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자연적인 환경을 될 수 있는 대로 꾸미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게 여기고 보존하려는 것이 미국적인 사고인가보다 했습니다.
볼거리가 많지 않은 나들이기에 “오고 가는 길 주위를 보시며 다녀오시자”고 했습니다.

부모님께 새로운 곳을 보여드리는 것과 더불어 저에게는 낯선 길을 남편이 아닌 GPS만을 의지해 운전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제가 길을 잘 찾아다닌다고 하시지만 지난번 스톤 마운틴도 그렇고 제가 얼마나 긴장하며 운전하는지 눈치채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그나마 한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기에 용감하게 나선 것이구요.
어쨌든 우리의 인도자(^^) GPS를 따라 아무 일없이 구경 잘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집 가까이에 와서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있었습니다.
점심 준비해서 먹으려면 시간도 걸리고 어머니들도 귀찮으실 것 같아 간단하게 먹고 들어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미국 햄버거는 아직 안드셔 보셨으니 어떻겠냐며 눙쳤습니다.
그랬더니 “집에 가서 밥 먹자! 집에 다 왔는데 뭘 사 먹냐” 하십니다.
저는 대답을 미루고 있다가 햄버거 가게로 차를 몰아세우며 “점심은 여기서 드시고 가겠습니다” 했습니다.

부모님들은 햄버거를 드시면서 다행히도 맛있다고 하십니다.
점심시간이 아까 지났기에 시장기가 한 몫을 한 것 같고, 햄버거 간이 짜지 않아 드시기에 괜찮았나 봅니다.

몇 가지 반찬거리를 사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려면 귀찮을 것 같고, 이번에는 여자들끼리 장을 보고 싶었습니다.
끼니때마다 무엇을 먹을지 생각해야 하고, 음식을 만들어내야 하고, 부족한 먹을거리는 장봐서 마련해놔야 합니다.
우리 집에서 이런 일들을 해야 하는 사람은 여자들이고, 만든 음식은 다 같이 먹습니다.
그런데 집안에 필요한 것들을 사러 갈 때면 남자들의 반응은 ‘이런 걸 꼭 사야하냐’는 듯한 반응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들과 며칠 같이 지내다보니 저의 아버지들도 마찬가지인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들 하고 편하게 장을 보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들은 집에 계시죠. 장보고 올게요.”
그랬더니 어머니는 “당신은 들어가 있어요. 우리끼리 얼른 갔다 올게” 하시며 “우리끼리” 가는 것을 분명하게 하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어머나!
어머니들도 저와 비슷한 마음이셨나 봅니다.
호호호.

집에서 한인마켓을 가는데 5분쯤 걸립니다.
누가 시킨 것처럼 어머니들은 소리를 높여 얘기를 꺼내 놓습니다.

“꼭 집에 가서 먹재요.
자기들은 바깥 모임 다니면서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지난번엔 순대국이 그렇게 먹고 싶은 거야.
그래서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그게 뭘 먹고 싶으냐며 집에서 먹는 게 최고랜다.
자기는 나가서 이래저래 먹잖냐.
아주 나가서 안먹을려고 그래요.”

“강산 아빠도 집에서 먹는 밥이 최고래요.
그래도 강산 아빠는 제가 나가서 먹자고 하면 그럴 거예요.
오히려 제가 안나가려고 해서 그렇지.”

“그래, 그러면 너네 세대는 그렇게 살아라.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지, 뭐.”
우리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에 더욱 사이좋게 장을 보았습니다.

그 동안 남편이 “집에서 먹는 게 최고야” 하는 말이 듣기에 괜찮았습니다.
솜씨를 부려 만든 음식이 아니어도 내가 만들어준 것이 입에 맞나보다 했습니다.
집엣 음식은 인공 조미료를 넣지 않고 양념을 하니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 여기며 그 말을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농사를 짓거나 퇴직해서 함께 집에 계시면서 하루 세끼를 날마다 같이 먹어야 된다면, 음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에게는 집에서 먹는 밥이 최고라는 말이 무색해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 세대를 다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설령 아버지들이 가끔 외식을 하자 하신다 해도 어머니들은 살림 생각하시느라 그만두라고 하실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적어도 어머니들이 나가서 먹고 싶다고 하실 때만이라도 기분 좋게 들어주시면 어떨까요?
아내를 배려하는 따뜻한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이는 네가 일평생에 해 아래서 수고하고 얻은 분복이니라”(전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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