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2009

드디어 부모님들이 오시다

<강윤이가 바이올린을 배우는 중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작은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드디어 부모님들이 오셨습니다.
남편과 저의 부모님 네 분이 사이좋게 함께 오셨습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우리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 우리가 한국을 떠나오던 날부터 계획하셨던 일입니다.

아틀란타 하츠필드-잭슨 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한 지 두 시간쯤 지나 땀을 뻘뻘 흘리시며 입국 수속을 마치고 올라오셨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신 모양입니다.
짐 찾을 생각에 한 사람이 오지 않은 것도 모르고 먼저 가버려서 남은 한 분이 난감하기도 하고, 앞장 선 한 분이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 따라 먼저 가버려서 남은 세 분이 어쩔 줄 몰라 하시고 그랬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을 더욱 반가워 하셨습니다.≠≠

저희 집에 들어서면서 풀어놓은 짐이 거실과 주방에 한 가득입니다.
봄이면 며느리가 좋아하는 질경이 나물 해주시려고 캐서 말리고, 여름에는 밭에서 막 따온 싱싱한 호박을 동글게 잘라 말릴 뿐 아니라 고추를 잘 키워 매콤한 고춧가루 만드시고, 가을무가 다니까 무를 잘게 잘라 말려 무말랭이 만들고 상수리나무 열매를 주워다가 묵 가루 만들어서, 겨울 농한기에 먼 곳까지 찾아오셨습니다.
저의 엄마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여러 가지를 짐 속에 꾸려오셨습니다.
그리고 동생들도 모두 저희 가족을 위해 넘치는 사랑을 담은 선물들을 잔뜩 보내주었습니다.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있는 짐 무게에 제한이 있으니 저울에 달아보고 또 달아보며 넣을 수 있는 만큼 담아 오셨습니다.
나라와 나라를 달리 하여 사는 가족을 방문할 때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인 듯싶은데, 그래도 가져오신 물건 하나하나에 담겨진 마음이 느껴져서 그런지 소중하게만 여겨집니다.

부모님들이 월요일에 오셨으니까 이제 닷새째 날이 거의 다 지나갔습니다.
부모님들은 밥해주시고 청소해주시고 저는 말만 많이 하고 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것에 대답도 해드리고 짧은 시간 경험한 이곳 생활도 시시콜콜 이야기해드리고 있습니다.
시간만 나면 앉아서 얘기하고 또 얘기합니다.

저는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수다에 빠져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드려 사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지만 서로에게 충분하지 못했나 봅니다.
부모님들은 이곳 사는 모습이 상상이 잘되지 않으니 저희 생활을 이해하시는 것에 제한이 있었고, 저는 걱정하실 것 같은 일들은 접어두었는데 그런 것들이 맘 놓고 터져 나오는 모양입니다.

잠시 지난 며칠을 돌아보니 이렇게 부모님들께 마음을 한 달 동안 털어내고 나면 마음이 시원해질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 덕분에 이렇게 편안하고 가뿐한 시간을 보내다가 한 달 뒤에 공항에서 어찌 보내드리나 싶습니다.
아주 먼 곳에서 살다가 오랜 만에 만난 것이 처음이라 그렇겠지요?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가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신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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