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럽고 뇌쇄적인 여행을 다녀와서


이 나라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그 시간들을 다시 떠올려보면 꿈만 같습니다.

이 곳에 오면서 여러 가지 기대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에서도 가까이 지내던 친구네 가족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나 아이들까지도 모두 똑같이 “만남”에 대한 바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찾아가면 되겠지만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우리 집에서 그 집까지 가는데 자동차로 10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이것은 운전하는 여건이 좋을 경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여기서 10시간 정도의 운전은 할만한 것이라고 합니다.

남편들끼리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을 주고 받다가 추수감사절에 우리가 가네 그들이 오네 했었나 봅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네가 플로리다로 여행을 가면서 가고 오는 길에 우리 집에서 머물기로 하였습니다.
게다가 더욱 먼 곳에 사는 친구도 함께 플로리다로 여행을 하기 위해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풀어 있었는데, 플로리다에서 머무를 집에 방이 여럿이라며 여건이 되면 여행을 함께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엄~~~청나게 좋은 제안이었지만 혹시라도 가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여행할 수 있는 3일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얼씨구!!! ㅋ ㅋ ㅋ’

친구네 두 가족은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함께 먹을 것들을 사서 먼저 플로리다로 출발을 했습니다.
우리는 하루 늦게 그들과 합류할 예정입니다.

그날 저녁...
남편은 교회에서 무슨 교육이 있어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아이들과 저는 저녁을 먹고 슬슬 짐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새벽 일찍이 떠나기 위해서입니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짐 챙겨서 교회로 9시까지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강윤이가 바라던 대로 밤에 출발할 모양입니다.

우리는 밤10시 가까이 되어서 고속도로로 접어들었습니다.
소풍 떠나는 들뜬 마음이 차 안 가득합니다.
자야할 시간에 운전하는 것이니 졸음을 이겨야 하고, 어두워서 바깥 풍경은 감상할 수 없지만, 친구들과 더불어 새롭게 경험하게 될 낯선 곳에 대한 기대가 우리를 즐겁게 했습니다.
플로리다 어딘가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기까지 아이들은 그 즐거움을 꿈나라로 가지고 가고, 저는 조수석에서 졸고, 남편이 쬐끔(!) 고생했습니다.

졸린 남편을 도와 두어 시간 운전하던 것을 다시 남편에게 돌려주고 마지막으로 쉬기 위해 Rest Area에서 차를 멈추고 내렸습니다.
그 때 문득 밤새 달려온 것이 눈 한번 질끈 감았다 뜬 것처럼 알라딘의 요술 램프에서 나온 지니가 우리를 뚝딱 데려다 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황금빛의 신선한 아침 햇살이 열대 나무 사이사이로 비춰지며 나니아 나라 이야기에서 나오는 디고리 커크 교수네 집에 있던 옷장을 열고 전혀 다른 나라로 나온 것 같기도 했습니다.
밤새 수고한 값으로 찬란한 아침을 고스란히 맞이하는 기쁨과 함께 플로리다에서 보낼 수 있는 하루를 벌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밤에 출발하는 것을 동료 목사님이 제안해 주셨다고 합니다.
이 기회에 감사를...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는 친구 부부를 만난 곳도 역시 환상적이었습니다.
엄청 좋은 집을 통째로 거저 내어주신 알지 못하는 그 분께도 역시 감사를...

*Siesta Key Beach에서



*Organic Orange Picking



그리고
이틀 동안 새롭고, 여유롭고, 낭만적이고, 유쾌하고, 수다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들은 우리보다 하루 더 남아 올랜도 디즈니 월드 가운데 한 곳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는 먼저 올라가더라도 아이들은 나두고 가라고 합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집에 돌아온 후 그리고 친구들이 우리 교회에서 함께 주일 예배를 드리고 떠난 후 저는 며칠 동안 플로리다에서 느꼈던 감상들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방마다 꺼내놓은 이불들도 치우지 못하고 멍하게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했던 것들이 객관적으로 보면 뭐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오래 사귄 친구들이 주는 편안함이 보태져서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무척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월요일이 되어 아이들은 학교 가야하고 저 또한 영어 수업 들으러 가야 하니까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같이 영어 수업 듣는 여행을 많이 한 어떤 이에게 플로리다에 다녀왔다니까 자기도 가보았다며 그곳의 느낌을 이야기 합니다.
“그곳은 연인과 가면 딱 좋을 곳이야. 뇌쇄(惱殺)적이지 않아?”
저는 “뇌쇄”라는 말의 뜻을 몰라 얼른 호응을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애가 타도록 몹시 괴롭힘”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답게 적절하고 멋있는 표현도 할 줄 아는가 봅니다.

여행하면서 얻은 좋은 추억들은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하고, 그래서 일상을 살아내는 힘이 되기도 하고, 지금 여기의 삶을 소중하게 여길줄도 알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 / 너희가 나의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주인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라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 내가 내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니라”(요15: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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