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을 잘 못하대"

<교회 앞에서 지난 3월에 찍은 사진입니다.^^>

엊그제 수요일 예배 때 남편이 설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담임 목사님께서 목회/선교 비전 트립과 서울 창천교회 부흥회를 인도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남편이 수요 예배 인도와 설교 때문에 주일 저녁부터 긴장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담임 목사님께서 설교를 워낙 은혜롭고 감동있게 하시는 터라 금방 비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모처럼 설교하는 기회이니 잘(?)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남편은 나름 고민을 하다가 가을이고 하니 시와 노래가 있는 예배는 어떨까 묻습니다.
“글쎄....”
이러면 어떨지 저러면 어떨지 물어올 때마다 저는 대답을 선뜻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때와는 다른 분위기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왠지 모험하는 것 같아 불안했고, 또 예배 준비에 대해 저에게 물어봐 주는 것이 고마워서 남편 마음 상하지 않게 대답하려니까 자꾸 “글쎄”만 나왔습니다.
남편 덕분에 저도 덩달아 신경이 쓰였지만 그렇지 않은 체하고 있었습니다.

수요 예배를 드리기 위해 자리에 앉고 보니 슬슬 긴장감이 더해 옵니다.
“하나님 오늘 김성은 목사가 설교를 합니다.
예배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성령께서 붙잡아 주셔서 오늘 우리에게 들려주시려는 주님의 말씀이 목사님의 입술을 통해 전해지게 도와주세요.
사람의 능력을 의지하지 않고 성령의 도우심 가운데 있게 해주세요.”

남편의 마음도 헤아리려 하고 남편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예배하려 하니 이쯤 되면 괜찮은 아내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배가 시작 되면 목사님의 말씀을 기도한 것처럼 은혜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자꾸 반복하는 말들, 잘못 사용된 단어나 조사(助詞) 같은 것들을 더 크게 듣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더 조마조마 해집니다.
기도 따로, 흘러가는 제 마음 따로의 모습입니다.


예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자기 오늘 어땠냐고 또 묻습니다.
주제넘게 얘기하자면 전하고자 했던 설교의 내용도 좋았고 웃음도 있었고 뜨겁게 기도도 했습니다.
그래서 잘 했노라 몇 번을 얘기한 다음에 하고 싶은 말을 조금(!) 했습니다.

다음 날 남편은 자기 설교 녹음된 것을 다시 들었다며 너스레를 떱니다.
“내가 말을 잘 못하대.”
지난날에는 이름난 목사들을 들이대며 “***도 설교할 때 말은 어눌했지만 열정적이다”며 스스로 자기 편을 들더니 이번에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설교가 단순히 언어나 비언어-몸짓, 음성 따위-로만 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설교에는 성경 말씀에다가 자신과 공동체의 경험, 신앙 전통, 신학, 세계관.... 따위가 녹아들어간,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가르침일 것입니다.

제가 감사한 것은 남편이 자신의 부족함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곳에 와서 달라진 모습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나님은 남편을 쓰시기에 합당한 모습으로 빚어가시고, 남편은 하나님께 순종하며 성숙해가고, 그래서 저도 옆에서 슬쩍 끼어 더불어 믿음이 자라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주의 진리로 나를 지도하시고 교훈하소서 주는 내 구원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종일 주를 바라나이다”(시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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