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2008

강산이도 추남(秋男)

강산이도 가을을 타는지 “비행기 타고~ 한국 가면~” 이라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찬양을 부르다가 할머니들이 좋아하셨던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이 나오면 그러고, 어린이 가요를 듣다가 삼촌하고 기타치고 싶다고 그러고, 음식을 먹다가도 그럽니다.

어제도 강산이가 한국 가고 싶다고 하길래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강산이 **** 하이 스쿨 좋다고 했잖아. 영어도 배우고 농구도 하고 공원도 가고. 한국 가면 **** 하이 스쿨 못가는데 괜찮아?”
“.....”
뜻밖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래도 한국 좋아”라고 하든지 선택하기 어려우면 “악”하고 소리를 지르든지 할텐데 생각해 보더니 아무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올 2월 이곳에 와서 학교에 갔을 때는 5월에 학사일정이 끝나니까 학년 끝자락에 편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중학교 7학년 특수학급에 들어갔습니다.
정말 정말 낯선 교육 환경에 전이해(pre-understanding) 없이 놓여지게 된 것이죠.
말로 설명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희 부부도 이곳 교육 현장을 경험한 바가 없기에 ‘어디가나 진실하려는 마음은 마음과 통하게 돼있다’는 어줍잖은 신념만 가지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습니다.
짧은 몇 주 동안 강산이가 학교에서 어떤 것을 경험했는지 저는 다 알지 못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와 의사소통은 잘되지 않았고 어줍은 신념 한쪽 귀퉁이는 깨어지고 그랬습니다.

어쨌든 며칠 밖에 다니지 않은 중학교이지만 고등학교에 적응하는데 큰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이곳 학교 환경을 경험하는 기회였고 개별교육프로그램(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IEP)을 위한 평가도 때에 맞게 되었습니다.
한국 생활 경험이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도 만나서 강산이가 학교에 대해 마음을 여는데 큰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개학하고 두 주 동안 통학을 도우며 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 버스 기사들을 멀리서 볼 기회가 되었는데 친밀감있고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아닌 선생님들도 강산이나 저에게 늘 웃는 얼굴로 다정하게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강산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특수학급은 융통성있게(flexible) 운영되고 있는 듯 합니다.
IEP 평가가 끝나고 고등학교를 미리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그 때 살펴본 바로는, 학교에 도착해서는 자기 반으로 먼저 가고 운동할 때, 컴퓨터 할 때, 공부할 때...에 따라 여러 선생님들과 각 각 다른 장소에서 만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일반 학급 학생들(Peer leaders)이 와서 도와주기도 하나 봅니다.
강산이가 이따금 “영어 친구 좋아” 하는데 그 친구들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특수학급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어서 자립과 직업을 갖는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카페에서는 커피와 머핀 같은 빵을 구워 파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할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한 달에 얼마씩(20불쯤) 미리 학교로 보내면 카페에서 일한 댓가로 하루에 1불씩 받게 되고 그것을 가지고 예산을 세우고 지출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강산이는 아직 카페 일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식탁을 치우고 닦기, 간단한 설거지를 할 수 있습니다.
학교 카페에서도 잘 배워서 강산이가 만들어주는 아침 커피와 빵을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 좋겠다” 벌써 커피향이 집 안에 가득한 기분입니다.

강산이는 학교에서 주는 유인물을 편지라고 하며 전해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에서 학교로 보내기 위해 써주는 메모도 편지라며 좋아하기 때문에 편지가 있는 날은 학교 보내기가 수월합니다.
엊그제 강산이가 가져온 편지를 보니 저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9월 한달 동안 여러 가지 활동(Community Skills) 한 것을 알았습니다.
볼링도 하고, 카운티 공공 버스도 타보고, 영화도 보고, 대형 할인 마트에도 가보고, 공원에도 가고요.
거기에 20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10월은 더 바쁠거라면서 일정을 알려주었습니다.
October9 Varsity Volleyball Game
October10 Special Olympics Basketball Skills
October17 Swimming at Bogan Park
October24 Swimming at Bogan Park
October25 Homecoming Dance
November7 Football Game

특수교육의 목표가 사회에 적응하여 직업을 갖고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학문적인 부분도 그 목표에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요즘 강산이가 숙제를 가끔 가져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강산이가 영어로 된 문장을 읽고 문장과 관련된 그림과 줄긋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억양까지 넣어가며 읽는 것이 제법이었습니다.
이제 시작이니 이렇게 배우다 보면 더욱 놀랄 일이 많을 것이라고 욕심을 내어봅니다.

이번 토요일에는 밀알 선교단에서 장애인 교육법안과 개별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와 장애우를 둔 부모의 권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있습니다.
저도 참여해서 하나 하나 알아가려고 합니다.

서늘하고 상쾌한 바람과 함께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계절을 강산이가 맘껏 누리면서 키도, 지혜와 지식도,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 사랑하는 마음도 쑥쑥 컸으면 좋겠습니다.

“대저 여호와는 지혜를 주시며 지식과 명철을 그 입에서 내심이며 / 그는 정직한 자를 위하여 완전한 지혜를 예비하시며 행실이 온전한 자에게 방패가 되시나니 / 대저 그는 공평의 길을 보호하시며 그 성도들의 길을 보전하려 하심이니라 / 그런즉 네가 공의와 공평과 정직 곧 모든 선한 길을 깨달을 것이라”(잠2:6-9)

댓글 1개:

  1. 강산,강윤 보고싶다 누나,매형도 보고싶고
    학교생활 잘하고 있다니 역시세월이약인가봐 자기전에 잠깐들어와봤어 엄만어제잠깐들어와봤데 내일은 샘솟는교회에서 주관으로 노인분들효도나들이 여행을 떠나 단양으로 아침7시출발이래 아빠엄마 다가셔~~
    아무사고없이 재밌게 노시다 오길 기도할뿐이지 이젠 졸리네 자야겠어 나도 내일은 바뻐서 이만 안녕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