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에덴의 동쪽이야?"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드라마를 보고 나서 강윤이가 무심코 한 말입니다.
강윤이에게서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봅니다.
강윤이가 드라마에 열중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그 드라마의 내용을 이해할 만큼 컸나 싶기도 합니다.
“야아~ 그 정도야?”
사실은 저도 다음 내용이 엄청 궁금하면서도 짐짓 아닌 척 한마디 해봅니다.

이곳에서도 한국 방송을 다(?)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위성방송으로 시청이 가능하고 위성방송을 설치해 주는 곳에 신청을 하면 되나 봅니다.
저도 유선 방송으로 미국 방송만 볼 것인지 위성을 연결해 한국 방송도 볼 것인지 아주 잠깐 고민하다가 유선 방송을 선택했습니다-이것이 맞는 말인지....
어쨌든 한국 방송을 연결하면 아무래도 텔레비전 보는 시간도 많아질 것 같고 또 영어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 것 같아서입니다.
그리고 정말 보고 싶은 한국 방송이 있으면 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기에 그리 한 것입니다.

요즘 한국 방송을 보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웃기 위해서입니다.
“무한도전”이라는 오락 프로그램을 거의 빼놓지 않고 봅니다.
보면서 눈물이 날 지경으로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손뼉도 치면서 즐거워합니다.
그 방송의 기획이나 캐릭터들이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작가들의 설정에 의해 꾸며진 내용이라 해도 웃기로 작정하고 보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방송을 보며 웃었을 뿐인데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영어가 주는 긴장감을 풀고 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영어로 말해야 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긴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영어 한마디라도 건져볼까 싶어 미국 드라마나 만화 영화를 포함한 영화를 나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보다보면 어느 때는 짜증이 확 몰려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드라마 분위기로 내용을 때려 맞추며 극 전개의 실마리가 될 만한 말을 들어보려고 집중하다보면 머리가 아파집니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를 보면 그런 노력 필요 없이 극중 인물들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느끼며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니 행복해지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배경으로 나오는 곳곳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엄청난(^.^) 이유를 달고 일주일에 한두 번 보는 한국 방송인데 어느 날 남편이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마 남편이 보기에 드라마 내용이 시답지 않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가만히 있을 저와 강윤이가 아닙니다.
남편 자신이 재미있는 방송은 어떻게 해서든 보면서 우리한테 그럴 수는 없지요.
다다다다~
남편이 우리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주전 알게 된 드라마를 남편이 열심을 내어보는 것입니다.
물론 저나 아이들도 함께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같이 보는 날이면 강윤이는 학교 갔다 와서 숙제를 다 해놓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날도 그렇게 일찍 할 일 끝내놓고 놀면 좋으련만....
그리고는 강윤이는 아빠가 집에 빨리 돌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의리없게 혼자 보기 없기”를 제가 선언했거든요.

어제 밤 “에덴의 동쪽”을 열심히 보는데 강윤이는 모르는 단어를 자꾸 물어봅니다.
“엄마 진골, 성골이 뭐야? 열외가 뭐야?”
“몰라, 몰라.”
드라마가 뭐라고 아이가 물어보는데 대답도 해주지 않고 그냥 봅니다.
그랬는데도 한편이 다 끝나고 나니까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리냐며 재미있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묻습니다.
“왜 에덴의 동쪽이야? 동쪽에 뭐가 있어?”
“쫓겨난 사람들이 동쪽에 살았나보지” 남편의 말입니다.
“아냐, 그쪽에 선악과가 있었나? 생명나무는 동산 가운데 있고” 제 말입니다.
푸하하하.
성경을 찾아보고 “아빠 말이 맞네” 합니다.
“그러면 남쪽 북쪽 서쪽에는 사람들이 안살았어?”
“어 그게 아니고 우리 사람들이 사는 곳을 상징적으로 에덴의 동쪽이라고 한 것 같애. 우리는 다 죄인이잖아. 우리는 아담과 하와의 자손이잖아.”
강윤이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 덧붙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동철이도 회장도 다 죄를 짓잖아. 엄마도 너도. (남편을 가리키며) 목사님도 말이야.”
그러자 “그래도 목사님은 아니잖아” 합니다.
웃기기도 하고 설명이 길어질듯도 하여 적당히 얼버무려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드라마 한편으로 이렇게 심오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다음 주 살아갈 것을 기대하기도 하니 이것이 뭔 사치스러운 행복인지 모르겠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고 / 여호와 하나님이 그 땅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 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있더라”(창2:8-9)
“여호와 하나님이 에덴 동산에서 그 사람을 내어 보내어 그의 근본된 토지를 갈게 하시니라 / 이같이 하나님이 그 사람을 쫓아 내시고 에덴 동산 동편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창3: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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