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곳 생활방식에 따라 세탁기와 건조기가 늘 함께 있습니다.>

쿵덕 쿵덕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아래층에서 들으면 마치 방앗간 떡 찧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 같습니다.
세탁기에서 나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날이 더운 날 오후가 되면 세탁기가 있는 위층이 더욱 더워지고 올라가기 싫어집니다.
그러기 전에 모아진 빨래를 해치우려고 세탁기를 돌리고 있습니다.

엊그제 추석 명절이 지나갔습니다.
늘 익숙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식의 명절을 보냈습니다.

우리 교회에는 여러 부설 기관이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유치원, 방과 후 학교, 노인 대학, 한국학교...
에~, 또...
토요일에는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와 한글을 가르치는 한국학교에서 추석 행사를 했습니다.
제기 차기, 송편 만들기, 민요 배우기와 민속 춤, 사물놀이 공연도 있었습니다.
주일 점심 식사 때는 송편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집은 한국 명절을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이한 것이 있었다면 주일 저녁 집에 들어온 남편이 먼저 인터넷 전화를 연결한 것입니다.
“추석인데 한국에 전화했어?”
아직 안했을 거라는 확신과 더불어 주일이 주는 긴장감이 해소되는 주일 저녁에 느껴지는 피곤과 짜증이 말 속에 묻어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께 전화하는 시간은 주로 월요일 아침이나 저녁이고 그 일을 꾸준하게 하는 사람은 바로 저인데 이럴 땐 그 공(功)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 명절을 함께 보내던 자녀들 없이 쓸쓸한 명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부모님에 대한 염려가 있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월요일마다 전화를 드렸다 하더라도 명절이니 그 당일에 전화하는 것이 좋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살면서 계속 느끼는 것인데, 일이 생기면 그 일을 빨리 해결해야 마음이 편한 남편과 일이 주어지면 꾸준히 해나가는 저와 천생연분이 아닙니까?
뿐만 아니라 같이 살면서 남편은 저에게서 성실함을 배우고, 저는 남편에게서 뛰어난 능률(能率)을 배울 수 있으니 참으로 환상적인 부부입니다.ㅋㅋㅋ

명절을 지내는 것도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때가 되면 으레 치루고 지나가는 명절은 별로입니다.
부모님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만나서 음식 만들어 먹으며 사는 얘기 나누고 친척과 이웃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담아 선물도 하는, 마음이 담긴 명절이라야 제 맛이 납니다.
가족과 친척과 이웃이 서로 배우고 감싸주면서 “우리” 가족, “우리” 친척, “우리” 이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명절이 주는 의미도 가볍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우리 가족은 명절 지내는 재미를 느끼려는 순간 한국을 떠나온 것 같습니다.
동생들네나 우리네나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 저들끼리 잘 어울려 놀고, 가족이 모여 할 수 있는 재미난 일도 만들어 해볼 수 있는 참에 헤어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찌 보면 더 큰 것을 도모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서로 그리워하고 애틋하게 여기며 나라와 나라를 넘나들면서 가족 간의 정이 더욱 두터워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곳에서 처음 명절을 보내면서, 조금은 쓸쓸했을 부모님 마음도 마음이려니와 시댁에서 음식 만드느라 혼자 애썼을 동생과 보나마나 형의 빈자리가 표나지 않게 하려고 많이 웃고 떠들었을 서방님과 예희, 예람이가 자꾸 눈에 밟힙니다.
그리고 아빠 칠순 잔치 준비하는데 누나 대신 책임져야할 부담을 떠맡은 막내 동생과 동생댁에게는 미안한 마음입니다.
영어를 아주 잘한다는 일곱 살 된 준서와 준민이도 보고 싶고.

"너희 속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빌1:6)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오르고 있는 동안 사람은 정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기가 행복하다고 느낀다. -모파상이 한 말이래요.

댓글

  1. 태영아, 미안!
    너는 엄마, 아빠 곁에 늘 있으니까 소식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만...
    그리고 먼저 의논하지 않은 것도 미안하고.
    독수리가 날개 치며 하늘로 날아오르듯
    하나님 앞에서 너의 삶이 그리되도록 더욱 기도할게, 봐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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