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2008

햇빛이 따갑다고 뛰지 않는 것처럼


강산이는 밀알 선교단(WHEAT MISSION IN ATLANTA)에서 알게 된 태권도 반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태권도장에 가면 사범님이 계시고 자원 봉사자-거의 고등학생들-이 우리 아이들을 돕습니다.
자원 봉사자 가운데 여학생들은 여리고 귀여워 보입니다.
수줍은듯 하면서도 붙임성 있게 우리 아이들을 돌봅니다.
또 남학생들은 말이 별로 없고 무뚜뚝해 보여도 시범도 보이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번쩍 안아다가 제자리에 놓아주기도 하면서 성실하게 제 할일을 합니다.

장애우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저의 고등학교 시절과 비교해 보면 밀알에서 만난 자원 봉사자 학생들은 참 훌륭해 보입니다.
게다가 부족한 내 자식을 돌보아 주니 더욱 예뻐보이나 봅니다.

다른 장애우의 어머니들 마음도 저와 다르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태권도반 어머니들은 자봉들-자원 봉사자를 줄여서 "자봉"이라 부릅니다-의 수고에 보답하는 차원으로 하루 나들이를 계획했습니다.

나들이 준비를 맡으신 분들은 조금이라도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려고 김치도 손수 담그고 장을 몇 번씩 봐가며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나들이 장소는 산도 있고 물도 있고 그래서 TUBING도 할 수 있는 HELEN, GEORGIA 입니다.

HELEN에 도착하여 밀알 단장 목사님의 안내로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점심 먹을 짐을 내리고는 바로 폭포(WATER FALLS)를 보러 갔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와서 폭포 있는데 까지 올라 갈 수 있을까 했는데 얘기하며 가다 보니 힘들이지 않고 어느새 폭포 앞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또 휠체어를 탄 친구도 자봉들이 밀어주고 올려주면서 함께 갈 수 있었습니다.
잠깐 폭포 주변을 돌아보고 강산이 말처럼 물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폭포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왔습니다.



폭포에 가지 않고 남아 있던 어머니들이 맛난 음식을 다 준비해 놓으셔서 내려오자마자 점심을 먹었습니다.
넉넉하고 한가로운 식사를 마치자 아이들이 하나 둘 계곡 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손에는 컵을 하나씩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보니 뭔가 잡아볼 속셈인가 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작은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돌을 옮기며 놀기도 하고 서로 물을 뿌리며 신나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힐체어를 탄 또 다른 친구도 물에 발을 담구고 놀았습니다.
두 분 어머니도 아이들 한편에 앉아 있다가 강산이가 물을 뿌려 옷을 적시기도 했구요.
굳이 TUBING을 하지 않아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자봉들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많이 함께 오지 못한 것입니다.
적당히 놀고 나서 오후 약속이 있는 분들이 있어 늦은 3시30분쯤 우리가 있던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살짝 잠이 들고 저는 어느 어머니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주로 아이들의 교육과 생활에 대한 얘기들이었습니다.
"18개월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예요."
치료받기 위해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족들과 이곳 저곳 다니며 놀기도 하고 속마음도 털어놓으며 위로 받기도 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장애는 질병이 아니라 완치가 없다잖아요. "
"그렇죠."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며 짧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 가족은 3년 전에 미국으로 왔는데, 아이가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때에 미국에 와서 영어를 새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을 보니 조금 일찍 올껄 그랬다고 합니다.
또 얼마 전에 영주권 신청에 들어갔는데 요즘은 영주권 받기가 힘들어져서 3년이 걸릴지 5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합니다.
게다가 장애가 있는 자녀를 위한 정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을 받은지 5년이 지나야 가능하다고 하니 하루가 아쉬운 것이죠.
저희와 미국에 온 시기는 다르지만 이런 형편과 필요는 저희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주차해 놓은 제 차로 가져온 짐을 옮기려는데 그 어머니가 다가와서 짐을 나누어 들어줍니다.
자기도 챙겨야 할 것들이 있을 텐데 이렇게 마음을 나누어 줄 때는 정말 감동입니다.

햇빛이 따갑다고 뛰어가지 않는 것처럼 그 어머니나 저나 장애우 가족으로써 조급해 하지 않으면서도 행복한 가정에 대한 소망을 품고 건강하고 알찬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언제나 밝고 환하게 잘 웃는 그 어머니와 소박하지만 은은한 향기를 품고 들판이나 아스팔트 틈새나 생명을 피워내는 들꽃같은 저를 통해 이루실 하나님 계획이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6:10)

댓글 2개:

  1. 그곳의 더위가 장난이 아니네. 33도 기온에도 힘들어 하는데.. 가족 모두 건강하게 첫번 여름을 잘 지내기 바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그나마 곁에 있어 언니에게 힘이 되어주고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웃기는 케찹 사건은 읽으며 한바탕 혼자 웃었지. ㅎㅎ
    근데 그럴 수 있지. 우리 학교에 영어유치원 원어민 교사들이 봉사활동을 왔었는데 반애들 중 요주의 인물에 대해 설명을 해야할 것 같은데 한국인 교사가 보이질 않는거야. 그래서 내가 어쨌게? 쩝..
    냉중에 한국인 교사가 와서 답답한 내 맘을 일부 해결해 주었지. 온 교실이 난장판이 되었지만 애들은 영어를 몰라도 마냥 즐겁게 그들과 각자의 언어로 잘 놀더라구.
    뒷정리 하느라 쬐금 힘들었지만 신나하는 애들 생각하니 담임들에겐 어수선해진 분위기 다잡느라 힘들기도 하겠지만 애들이 좋아하니 뭐 대수겠어.
    아마 우리의 산과 윤도 그렇게 부딪히며 하루하루 언어의 벽을 허물 수 있을거야. 물론 언니랑 목사님도
    아자 아자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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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머님, 서방님, 예희, 예람이도 잘 지내지?
    원어민 교사가 왔다해도 왠지 니 걱정이 안된다.
    씩씩한 예희 엄마니까^^

    어느 날 쇼핑 끝나고 강윤 말하길 "엄마, 하고 싶은 말 다 해, 쇼핑할 때는~"
    먹고 사는데 필요한 말 몇 가지 하는 것 가지고... 짜식!

    정오기를 비롯해 "홧팅!" 해주는 분들의 힘입어 꿋꿋이 살아야지.
    강산이 하고 집에만 있는 날은 쬐끔 지루한 맛도 없지 않아.
    그래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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