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4/2004 - 강윤이가 학교에 안간 진짜 이유

강윤이가 학교에 못갔다.
이유는 감기 때문이다.
새벽녁에 오들오들 심하게 떨며 춥다고 한다.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있는듯 하다.
이불을 더 내어서 한겹 더 덮어주었다.
조금이라도 몸을 더 덥히려는지 생일 선물로 사준 곰인형을 힘껏 끌어안고 있다.

그런데 비몽사몽 하는 말이 머리도 어질어질하고 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파서 학교에 못갈것 같다고 한다.
'아니, 이 녀석 꾀병아냐?'
설핏 잠든 사이에 자세히 살펴보니 여전히 덜덜 떨고 있고 열 때문에 입술도 발그랗게 상기되어 있다.
엊그제 학교에서 특기적성으로 시작한 태권도가 힘에 부쳤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이 되어 강윤이에게 왠만하면 학교에 가라고 했더니 못가겠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지독한 감기는 아닌듯 싶었지만 오늘 학교에 갔다와서 더 심해지면 후회할 것 같아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는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이 몸살기운이 있다고 하여 주사 맞고 약도 먹었다.
약속을 잘지키는 편인 강윤이는 의사선생님이 뛰지 말고 편안히 쉬라고 했다면서 침대에 눕는다.
늘 무엇인가 하고있고 아니면 친구들 찾아다니며 노는 바쁜 강윤이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다.
강윤이 곁에 가서 이불을 끌어 당겨 도닥여주고 주사맞은 엉덩이도 만져보고 머리도 쓸어넘겨 주었다.

아이들 방을 돌아나오는데 잠이 안온다고 따라 나온다.
그리고 심심하단다.
그럼 책읽자고 했더니 좋다며 책을 골라온다.
[너는 최고의 작품이란다]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었다.
다읽자 책을 달라고 하더니 표지부터 차근차근 훝어본다.
한두장 넘기니 원제인 "HeRMie-A Common Caterpillar"가 쓰여있었다.
무슨 뜻인지 묻고, Caterpillar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하니 사전을 찾아보면 된다며 가져온다.
조금 귀찮은 마음이 생기려고 했지만 아프다고 하니 사전을 찾아 애벌레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방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강윤이 너 학교에 가도 될 걸 그랬다"라고 한다.

아빠 말소리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갔던 강윤이는 아빠 휴대폰을 가지고 나온다.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는데 메세지 알림음이 들리자 "아빠 메세지 왔어"하며 휴대폰을 가지고 간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강윤이가 보낸 것이었는데 '아빠 나 감기 때매 주겠어'("죽겠어"의 강윤이 표현)라고 보냈다고 한다.

잘 먹어야 빨리 낫는다고 하니 밥도 뚝딱 잘먹고,과일도 먹어야 한다고 하니까 쟁반에 사과와 과도를 담아 가져오기도 한다.
평상시에는 자기에게 심부름 시킨다고 난리쳤을턴데 오히려 아프니까 심부름을 잘한다.
거 참.
어쨋거나 착하다고 칭찬을 한번 해 주었다.
잠시 뒤 나에게도 문자 메세지가 한통 도착했다.
'엄마 나 열심히 잘할께 나 칭찬만히해 조'
아!!! 마음이 찌르르...씩씩한 강윤이가 약한 감기 때문에 학교에 못간 아니 안간 진짜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형이 받는 관심을 자기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조금 특별한 형은 아픈것 같다 싶으면 학교에 안가고, 말 한마디만 잘해도 기특하다고 웃어주고 칭찬해주고 그러는 것에 대해 늘 부러움같은 것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안다고 하는 엄마가 그동안 강윤이 마음을 잘헤아려 주지 못한 것이 많았나 보다.

몸이 아프니 당연히 돌봐주고 마음 편히 해주는 것 뿐인데 강윤이는 감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몸'이 아픈 강윤이는 지금 기꺼운 '마음'으로 피아노 치러 학원에 갔다.

강윤이가 휴대폰이 있다면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고 싶다.
"강윤아 너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작품이란다"

강윤이가 학원갔다 오면 꽉 안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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