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2005 - 사랑을 꿰매는 아이


강윤이가 밤늦게 까지 바느질을 합니다.
'샘'에게 드릴 하트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학교에서 바느질 한다고 준비물을 챙겨 달랬습니다.
뭐 할거냐고 물으니 책을 펼쳐 보여줍니다.
홈질, 박음질...바느질 상자를 열어 새 바늘과 실, 쪽가위를 챙깁니다.

바느질 천으로는 오래 전 생활한복 만들고 남은 천을 아낌없이 잘라줍니다.
그 천 조각들은 왠지 언젠가 꼭 쓸 곳이 있을 것 같아 잘 보관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윤이가 바느질 연습을 한다니까 다른 천 조각들도 많이 있는데 이상하게 맘에 들어 아끼던 그 천으로 손이 갑니다.
빈 화장품 상자에 바느질 도구들을 담아 주니 강윤이가 조금 신이나는 것 같습니다.
학교 준비물을 엄마가 정성껏 챙겨줄 때면 강윤이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엄마, 애들이 하트 만들어달래."
"무슨 하트?"
"저기 저런 거. 내일 까지 세 개나 해야 되는데. 엄마가 도와 주면 안돼?"

언젠가 바느질 할 때 옆에서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하여 천을 주었더니 "엄마 사랑해" 하며 만들어 놓은 하트 무늬를 말하는 것입니다.
"재규는 하트를 쿠션으로 해달래."
학교가서 뭐라고 했길래 그런 주문을 받아왔는지....


요즘 우리 속회에서는 모임이 끝나고 퀼트를 배우고 있습니다.
퀼트 강사를 했던 지연 자매가 자기가 모아두었던 천을 거저 내어주며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퀼트를 좋아하는 나도 얼씨구나 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핀쿠션을 만들었고 다음으로는 하트 바구니입니다.
하트 바구니는 동서 생일이 가까이 있기에 선물로 주려고 만들었습니다.
엄마가 하트 바구니 만드는 것을 지켜보던 터에 학교에서 바느질 한다니까 아이들에게 '하트 쿠션 어쩌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이 무심한 엄마는 "야, 언제 3개씩이나 만들어! 그 시간에 기말시험 공부나 하지!!." 했습니다.
학원에 안다니는 대신 우리는 기말시험 문제집을 사서 저녁마다 풀기로 하고 시작한 것이 바로 어제입니다.
강윤이는 멋쩍게 있다가 "에이, 잘래" 하며 방으로 들어갑니다.

두 아이가 모두 방으로 들어가고 9시 뉴스를 보고 있는데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두꺼운 종이에 하트를 그려 오려내고 강윤이에게 준 천에 하트를 3개 그려넣습니다.

다음 날 아침, "강윤, 하트 3개 그려놨어."


이 날 강윤이는 저녁을 먹고는 열심히 바느질을 합니다.
뭐 하나 봤더니 하트 모양을 홈질하고 그 가운데에 '사랑 샘' 이라고 바느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뭐야?"나는 샘솟는교회의 '샘'을 떠올리며 물어보았습니다.
"선생님이 나 홈질 잘한대. 선생님 드릴려구."
아! 사랑스러운 내 아들.

어제 일도 미안하고 하여 강윤이 기를 살려주기로 합니다.
"강윤아, 평면으로 하지 말고 하트 쿠션으로 만들어 드릴까? 니가 앞에 글씨 홈질하면 엄마가 쿠션 만들어줄게."
"정말? 솜 넣어서?"
엄마가 만드는 것을 보고 자겠다기에 잠잘 시간을 뒤로 미뤄 주는 아량도 보여주며 꼼꼼하게 하트 쿠션을 마무리 합니다.

무슨 때도 아닌데 강윤이 선물을 받은 선생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 지 자못 궁금합니다.
"선생님이 뭐라셔?"
"고맙대."
"또 뭐라고 하셔?"
"고맙다고 그랬다니까. 앞에는 내가 하고 뒤에는 엄마가 했다고 했어. 그랬더니 고맙대."

난 뭘 기대하고 자꾸 물어보는지...

선생님에게 뭔가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래서 뭔가를 마련하는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선생님과의 관계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강윤이 담임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을 종이 위에 드러내는 것은 서툴지라도, 봉사 정신이 있는 아이로, 리코더를 제일 잘 부는 아이로, 홈질을 잘 하는 아이로 인정해 주시니 말입니다.

선생님의 인정과 엄마, 아빠의 관심이 강윤이 자신에 대해 기분좋게 여기면서 자신감을 갖게 하나 봅니다.
하나님, 엄마, 아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강윤이 삶에 튼튼하게 꿰매어 건강하고 긍정적인 자아를 가진 사람으로 자라길 빌어봅니다.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한 아이는 다음과 같은 것은 갖는다고 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정체성이 확립된다.
-건전하지 못한 인간관계로 뻐져들지 않는다.
-사랑을 주고받는 능력이 생긴다.
-도전을 피하지 않고 환영하면서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일하는 방법을 배운다.
-지능이 발달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폭력, 성적인 접촉, 극단적인 행동, 약물 남용 들 위험한 행동을 피한다.

월트 래리모어,<세상에서 가장 독한 엄마가 되라> 가운데서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북어대가리

친구가 준 졸업 반지

마냥 좋지는 않아도 봄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