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2008

10/25/2005 - 덕분에

*만남 하나.
지난 주에는 두 분의 생신 축하가 있었습니다.
사돈지간인 아빠와 어머님 생신이 음력으로 같은 날입니다.
해를 달리 하여 강화에 한 번, 인천에 한번 가다가 우리 가족이 김포로 이사온 뒤로는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직계 가족과 동서 어머니까지 모두 김포에서 모이는 날로 정하였습니다.
만나면 생신 선물도 드리고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서 음식도 대접하곤 합니다.
그리고 큰 기쁨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그 아이들이 커가면서 믿음이 자라고 제 역할들을 해내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올해는 하남에 사는 동서네가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하여 그리로 나들이 했습니다.
집에서 꽤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는 음식점에 이르러 생신 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어느새 네 살이 된 예람(예수님이 사랑하는 사람)이와 예희(예수님의 기쁨)가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아빠와 어머님은 나란히 앉아 촛불을 힘차게 끄셨습니다.
그리고 두 분을 지켜주시고 우리 가족이 믿음 안에서 더욱 든든해지길 기도했습니다.


정겨운 식사가 끝나고 아빠는 동서와 서방님에게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어머님은 "야, 나도 너희 덕분에 맛난 것 잘 먹었다" 하십니다.
동서 어머니는 " 왠걸요? 이렇게 먼 데까지 오시라 해놓고." 하십니다.
그러자 엄마는 " 덕분에 이렇게 좋은 데도 와보잖아요" 하십니다.
오고가는 시간보다 더 짧은 만남이지만 아무도 그렇게 느끼지 못합니다.
뿌듯하고 따뜻한 기운만이 잔잔하게 우리를 싸고도는듯 합니다.

우리 집에 다와서 제가 얼른 내려 차 뒷문을 열어드립니다.
어머님이 내리시길래 "어머님 덕분에 좋은 시간이었어요!" 했습니다.
어머님은 "얘는~".
말을 하고보니 우리는 모두 오늘의 즐거움을 서로의 '덕(德)'으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 났나니 저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주셨으니"(고후5:18)


*만남 둘.
'아차, 사진을 안찍었네!'
송정역에서 김포로 돌아오는 시외버스를 타고서야 알았습니다.
어제 신학교 동기들을 만났는데 사진기만 무겁게 들고 다녔지 정작 사진은 찍지못한 것입니다.
그리운 얼굴들을 사진에 꼭 담아오고 싶었는데 앞으로도 마음으로만 그려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 김포 들판을 스쳐 지나가며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느낌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풍성함, 감사함, 신선함, 고독, 그리움...혹은 허탈함, 좌절감.
우리네 생활 흐름이 한 해 단위로 짜여진다고 할 때, 이 가을은 한 해의 열매를 볼 수 있는 계절인듯 싶습니다.
그 열매를 보며 크든 작든 감사할 수 있다면 풍성한 한 때를 보낼 수 있을 것이고그 열매에 만족할 수 없다면 답답하고 힘빠지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또 가을은 감성을 자극하는 계절이지 싶습니다.
햇빛이 강렬했던 여름과는 달리 활동하기 좋은 기온과 신선한 공기가 사물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인으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는 우울해져서 모든 일이 텁텁하게만 여겨집니다.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인간의 행동이나 기분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이 멜리토닌은 여러가지 환경에 영향을 받아 분비되는데 그 가운데 햇빛도 주요한 요인이라고 합니다.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나 미국 시카고에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많고,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에 우울증 환자가 많아지는 것도 그 이유랍니다.

모든 일이 심드렁해지고 힘이 없다고 느낄 때 햇빛을 찾아 나들이 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구요.
지구에 발딛고 사는 저도 이래저래 올해를 마감하기까지 한층 열심을 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고, 소중한 사람들도 더 가까이하고 싶고 그렇습니다.

그런 마음이 있어서 그랬는지 동기모임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는 할 일을 제쳐두고 가겠다고 약속을 해두었습니다.
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입학할 때 신학과 180명 가운데 여성은 18명이었습니다.
그들이 지금은 어엿한 감리교 목사가 되기도 하고 목회 동역자가 되기도 하고, 전도사로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또 교계에서 어느 정도 알아주는 기획사 사장도 있습니다.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고 젊었던 한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이렇게 편안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보았습니다.
"이제는 자주 보자"는 말을 가장 많이 남겨놓고 돌아왔습니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가족들과의 만남도 밋밋한 이 가을을 넉넉하게 해주었습니다.
"평강의 하나님께서 너희 모든 사람과 함께 계실지어다 아멘"(롬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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