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2008

08/24/2007 - 드라마 같은 가족 나들이


이번 주 월요일(20일)부터 수요일(22일)까지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올 휴가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드라마 같은 여행이었습니다.

7월 언젠가 서방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휴가 계획이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없다고 했더니 설악 한화 리조트가 8월 20일부터 비수기라 숙박비가 할인이 되고 또 서방님과 동서가 교사이기에 교원공제회에서 또 할인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부모님 모시고 가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추첨으로 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니 한번 응모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옆에서 전화 내용을 듣고 있던 남편에서 어떠냐는 눈짓을 했더니 괜찮다고 합니다.
얼핏 한화 리조트에 물놀이 시설인 워터피아가 있던 것이 생각이 났고 가족 나들이 장소로는 그만이라 여겨졌습니다.
며칠이 지나서 서방님으로부터 갈 수 있게 되었으니 방학하면 망월에서 만나 의논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7월 말 강화 부모님 댁에 내려온 동서네가 아이들과 망둥이 낚시하러 가자고 합니다.
때마침 저의 막내 동생네 조카가 놀러와 있었기에 함께 데리고 낚시 가게에서 갯지렁이를 사서 망월에 갔습니다.
밀물 때를 기다려 오후 서너시쯤 망월 바닷가 둑으로 나가 망둥이와 철없는 새우들-아이들에게 잡히다니-을 몇 마리 잡고 어머님네로 돌아와 마당에 불을 피워 돼지고기를 구워 먹습니다.
이렇게 가족들이 한 상에 둘러 앉아서 먹는 풍경도 무척 여유롭고 즐겁습니다.
시간을 내서 낚시와 저녁 식사 꺼리를 준비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보태지면 은은한 행복 향기가 풍겨나게 마련이지 싶습니다.

시장한 배를 어느 정도 채우고는 나들이 계획을 세웁니다.
망월 부모님, 동서 어머님, 인천(아이들이 옆집 할머니라 했더니 남 같다고 싫다고 하셔서 원래대로 인천 할머니라 부르기로 했답니다) 부모님 그리고 동서네와 우리 가족 모두 같이 가기로 합니다.
숙박비와 물놀이 시설을 이용하는 것만 어림잡아 보니 80여만 원.
적지 않은 휴가비용입니다.
어머님은 “야, 그러면 넉넉하게 100만원 잡아” 하십니다.
농사 지어 추수하신 것으로 한 해를 검소하게 사시는 어머님이 이렇게 넉넉하게 말씀하시는 것은 가족 여행을 계획해 보라고 이르신 까닭도 있고, 또 휴가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 목사 아들네를 마음에 두셨던 것은 아닐까 제 나름대로 부모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그러면 아버지가 얼마를 내시느냐에 따라 우리가 정해지겠는데요?” 서방님이 눙치십니다.“아버님 아까 59만원 내신다고 하신 것 같은데요” 동서가 거듭니다.
“그럼 59만원이 뭐냐, 야. 50만원이면 돼지?”
아버님은 얼른 9만원을 깍으십니다.
먹을 것과 필요한 물건들은 서로 적당히 나누기로 하고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처음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헤어졌습니다.

8월20일(월)
엄마네와 우리 집은 직장 때문에 여행에 함께 못가는 동생에게 맡기고, 교회는 교우들이 수시로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새벽기도회는 각자 개인 기도 하시라 했더니 새벽에 나와 기도하고 가겠다고 하십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준비물을 챙겨 7시쯤 길을 나섰습니다.
차를 긴 시간 타고 가면서 부모님들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시던 중에 어머님은 어젯밤에 잠을 못주무셨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아버님은 “어린애같이 소풍간다고 잠을 못잤구먼” 하십니다.
사실은 저도 밤 2시쯤 깨어 잠을 설쳤던 터라 웃음이 납니다.알고 보니 엄마는 밤 1시 30분 까지 여행 준비하다 주무셨다고 합니다.

강릉으로 넘어가는 새로 난 고속도로를 따라 제한 속도를 지키며 달려 한화 리조트에 오후 2시 반쯤 도착해 조금 전에 온 동서네와 만났습니다.
리조트 42평형이라 생각보다 좁은듯 했지만 방이 3개에 화장실 2개, 우리 13명이 묵기에 딱 좋았습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거실에 둘러앉아 찬송을 부릅니다.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고마와라 임마누엘 예수만 섬기는 우리 집 고마와라 임마누엘 복되고 즐거운 하루하루”


오늘 오후 일정은 속초 해수욕장을 둘러만 보고 생선회와 매운탕 꺼리를 마련하여 푸짐한 저녁 식사 시간을 갖기로 합니다.
강릉에서 속초 쪽으로 가며 해변가에 있는 해수욕장들이 대부분 한산하여 휴가철이 끝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속초 해수욕장에 가보니 전혀 아닙니다.
올 여름 뒤늦은 폭염으로 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넘쳐났습니다.
파도도 제법 쳐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습니다.

“엄마, 물에 들어가면 안돼? 옷 젖으면 안되지?”
안될 이유가 없는데 갈아 입을 옷이며 준비를 못했기에 대답을 미루고 있는데 강윤이가 허벅지를 가리키며 “엄마 요기까지는 젖어도 되지?” 합니다.
“응 괜찮아.”
얼씨구나 하며 강윤이, 동서 큰 딸 예희가 첨벙첨벙 바다로 들어 가고 강산이와 엄마가 그 뒤를 따릅니다.
그러더니 엄마는 아예 바닷물에 첨벙 앉아버립니다.
파도가 제법 세서 바다 끝인데도 몸을 흔들어 놓습니다.
엄마와 아이들이 깔깔대며 물속에 넘어지기도 하며 물장난을 칩니다.
저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 사진 찍어준다며 다리까지만 담그고는 아이들처럼 더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아쉽지만 내일 물놀이 할 것을 기약하며 겨우 해수욕장을 떠났습니다.




속초 해수욕장 가까이에 있는 동명항으로 가보니 횟집이 즐비합니다.
망월 어머님은 입구에서 제일 끝에 있는 집으로 가자고 하십니다.
그 집까지는 사람들이 잘 안가니 끝집에서 팔아주자는 것입니다.
끝집에 이르자 주인 아주머니는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본 광어에 오징어와 못생긴 삼식이(?)와 새우를 뜸뿍 얹어주며 회 떠주는 비용 만원을 보태 11만원 어치를 안겨줍니다.
그 날 저녁 매운탕은 엄마가 끓였는데 서로 “맛있다 맜있다” 하며 요리사가 있어 걱정 없다고 합니다.
동해에 와있는 기분을 한껏 내며 넉넉한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8월21일(화)
둘째 날은 하루 종일 온천과 물놀이 시설이 있는 워터피아에서 놀기로 합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건강한 몸매와 가지각색의 화려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 입니다.
참 예쁩니다.
수영복을 거의 10여 년만에 입어보는 것이라 어찌할까 싶었는데 거울에 비추어 보기 전에는 내 모습의 실루엣을 볼 수 없으니 문제없고, 나도 건강하고 예뻐 보이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자신있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 두 분은 가고 싶은대로 각자 다니시고 어머님 세 분은 꼭 붙어 다니시며 스파와 온천욕을 즐기십니다.
아이들은 워터피아 곳곳을 누비며 아쉽지 않게 놉니다.
흩어져 있다가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후 시간에는 아버님들만 빼고 모두 파도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야외 파도풀 파도치는 시간이 끝나서 실내 파도풀로 가면 파도치기가 다시 시작 됩니다.
출렁거리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좋아라 소리 지르는 파도타기는 30 분 동안 이어집니다.
파도치는 시간에 맞추어 오고 가기를 세 번은 한 것 같습니다.
내가 물을 이렇게 좋아했나 싶습니다.
아니면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지루한줄 모르고 시간이 흘러 오후 4시가 되어 워터피아를 나섭니다.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으며 아빠는 서방님께 감사하다고 하십니다.
“아, 추진위원장님(서방님) 참 고마워요. 가족끼리 이런데 와서 휴가 보내는 거 드라마에서나 보던 건데 오늘 참 즐거웠어요. 내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아빠는 아이들이 잠들기 전까지 아이들 기분을 맞춰가며 보드게임인 모노폴리 게임을 계속하셨습니다.

그리고 세 어머님은 3일 동안 한 방을 쓰셨는데 3일 내내 이야기 보따리가 닫힐 줄 몰랐습니다.
어디에 그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었는지 소곤소곤 하시다가 까르르 웃어 넘어지기도 하시면서요.


8월22일(수)
수요 예배에 늦지 않게 돌아오기 위해 아침만 먹고 체크 아웃을 하기로 합니다.
한화 리조트 바로 옆에 설악 씨네라마 라고 하는 대조영 촬영장을 돌아봅니다.
한 나라를 건국하는 대조영의 리더십에 관심을 갖고 그 동안 시청해오던 드라마라 기대를 했는데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정교함과 화려함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도 드라마에서 봤던 것과 촬영장 세트를 연결시켜보려고 애를 조금 써봅니다.

설악산 아래에서의 여행은 대조영 촬영장 관람을 끝으로 하고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동서네 차가 앞장서서 미시령 쪽으로 길을 잡습니다.

동서네가 사는 하남 가까운 곳에 아주 유명한 비빔국수 집에서 백김치로 맛을 낸 화끈한-저는 너무 매워서 말을 잘 할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점심으로 2007년 여름 가족 나들이를 확실하게 마무리합니다.

교회에 돌아와보니 낮으로 밤으로 교회를 돌아보고 새벽기도도 끊이지 않은 교우들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가족 나들이의 행복함이 배로 커지는 순간입니다.
마음으로만 그리던 행복한 모습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가족의 것이 되었습니다.
더 즐겁고 행복한 가족을 꿈꿔야겠습니다.

"할렐루야,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 계명을 크게 즐거워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그 후손이 땅에서 강성함이여 정직자의 후대가 복이 있으리로다 부요와 재물이 그 집에 있음이여 그 의가 영원히 있으리로다"(시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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