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8/2007 - 이것이 살아가는 재미인가요


5월 마지막 토요일 어와나 시간이었습니다.
게임, 핸드북시간을 잘 보내고 어와나를 맡고 있는 감독으로서 교제 시간 마무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와나에 새로 온 친구를 소개하고, 내일은 인라인 스케이트 가족모임이 오후 3시에 있으며, 다음 주에는 교제 시간 끝나고 간식으로 떡꼬치 만들어 먹기가 있다고 알려줍니다.
이어서 상을 주는 시간입니다.
강산이와 명철이가 T&T 핸드북 8단원을 끝냈기에 완성 씰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 어와나는 지난해 가을 학기(한 학기는 20주)에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성경말씀을 배우며 암송하는데 도움을 주는 핸드북은 보통 1년 동안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핸드북은 8단원까지 있는데 두 번째 학기 12주차에서 강산이와 명철이가 핸드북을 마치게 된 것입니다.
핸드북을 마친 아이들이나 시상을 하시는 목사님이나 저도 함께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자, 이제 어와나 구호 외치고 마치겠습니다.”
“...”
“모두 일어서서 하겠습니다.”
“...”
“어? 강윤이 일어나세요. 함께 외치고 끝내야지요!”
“...”
모두 일어나서 기다리고 있는데 마냥 버티고 있을 수 없겠다고 판단되었는지 뾰로통한 표정으로 삐딱하게 앉아 있던 강윤이가 한마디 합니다.
“형은 쓰니까 쉽잖아!”
“...”

그 순간 불편해지고 있던 마음이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성큼 건너뛰고 있었습니다.
강윤이가 몇 번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고 어떤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기에, 또 자기 때문에 어와나를 끝내지 못하고 모두 서 있는 것을 보면서 시위하듯 앉아있는 무례함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강산이 말고 다른 아이들은 핸드북 한 과를 통과하려면 질문에 대한 답과 두어 개의 성경구절과 Word Wise라고 해서 그 성경 구절 안에 들어있는 낱말들의 뜻을 한두 개 암기해야 합니다.
한번 암송을 시작하면 두 번의 도움을 받아 그 자리에서 통과를 해야 한 과를 마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성경을 읽고 질문에 대한 답을 핸드북에 직접 적기도 합니다.

우리 교회에서 어와나를 하려고 교사 교육을 처음 받을 때 강산이 같은 장애우들은 어떻게 어와나에 함께 할 수 있는지 질문을 했었습니다.
그런 경우가 많지 않은지 가르치시던 전도사님은 머뭇하시다가 핸드북에 있어서 암송 대신 쓰는 것으로 하기도 한다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그 때 제 기억으로는 그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강산이는 암송해야 될 부분들을 모두 공책에 쓰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외우는 것을 마뜩잖게 여기는 몇 몇 아이들이 불평을 했습니다.
자기들도 쓰면 빨리 통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강윤이였습니다.
그 때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서 대답해 주었어야 하는데 저는 강윤이가 형이랑 자기가 다르다는 것을 다 알면서 외우는 것이 싫어서 그러는 것이라고만 여기고 가벼이 넘겼습니다.
또 강산이 진도가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누군가 얘기할 때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만 여겼습니다.
그렇게 지난 학기 강산이는 자기 반 선생님의 지시대로 잘 따라 썼고 다른 아이들 보다 조금 못한 3단원 까지 마쳤습니다.

이번 봄 학기에도 강산이는 지난 학기와 같은 방법으로 핸드북을 했습니다.
강산이는 토요일에 어와나 끝나고 집에 오면 “다음 주 토요일에 어와나 해? 토요일에 어와나 갈거야” 합니다.
무엇이 그리도 강산이를 어와나에 가고 싶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와나 시간을 일주일 내내 기다리고, 핸드북 하자고 조르기까지 합니다.
어디를 써야 하는지 알려줘야 하고 답을 찾아내 보고 쓸 수 있도록 적어주어야 합니다.
한 시간 쯤 하고 나서도 계속 하자고 합니다.
제가 그만 하자고 부탁해야 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어와나 시간에 핸드북을 마치게 된 것입니다.

강윤이 엄마로서는 불편한 마음이지만 감독으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잘 넘어갈 수 있을까 눈 깜빡할 사이에 나름 고민을 하고 나서는 “모두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거예요. 자, 강윤이 일어나자” 합니다.
아니 이럴수가...
그래도 강윤이는 일어서지 않습니다.

감독이 지 엄마니까 보란듯이 심술을 부리고 있는 줄은 알겠지만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다음 주에 강윤이 팀이 이겨도 강윤이는 달란트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해버렸습니다.
'아! 이게 아닌데... 점수를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닌데.'
그렇지만 벌써 말은 해버렸고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얼른 스스로 변명 해놓고는 교제시간을 끝냈습니다.

아이들은 간식을 받으러 조르르 달려 나가고 강윤이는 아까보다 더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앉아있습니다.
고 선생님이 강윤이에게 다가가 위로를 하는듯 합니다.
제 마음에는 그 녀석을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사회의를 하러 방송실에 모였습니다.

강윤이 얘기가 먼저 나옵니다.
선생님들은 “강윤이도 승부욕이 있고 그런데 형이 먼저 핸드북을 끝내서 그런 것 아니냐”, “사모님은 장애우를 자식으로 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장애우를 형제로 둔 형제의 마음은 잘 모르지 않느냐”고 하십니다.
그 얘기를 들으며 저는 더 단호하게 선생님들에게 말했습니다.
“강산이가 장애가 있다고 해서 강산이만 편애했다던가 하면 지금 하신 말씀에 대해서 저도 할 말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강산이나 강윤이나 저에겐 똑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강윤이 자신이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잘한 것(방법)에 대해 문제 삼는다면 자기 발전이 없는 거예요.
암송하는 게 쉽지 않은 줄은 알아요.
저는 강윤이에게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요.”

교사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강윤이가 쌩하니 일어나 나갑니다.
송 선생님은 “이따 5시까지 와야 해. 찬양 연습해야 되니까” 합니다.
듣는 척도 안하고 나가버립니다.

교회청소를 마칠 즈음 쓰레기 정리를 하고 있는데 자전거 서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강윤이가 집에 갔다가 온 모양입니다.
시계를 보니 5시가 다 되어있습니다.






강윤이는 그런 아이입니다.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합니다.
시간 약속을 비롯하여 약속을 잘 지킵니다.
몇 달에 한 번씩 키를 재어보면 벽에 그어놓은 막대가 머리에 가려 새로 그어야 할 만큼 쑥쑥 크는 건강한 아이입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알아주지도 않는데 학교 재활용 분리수거 하시는 선생님을 지난해부터 도와 드리고 있는 훌륭한 아이입니다.
어찌하다가 요즘 제가 알게 되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던 휴대폰(행사용)을 기꺼이 사주었고, 그 휴대폰 사용 요금(12,500원)은 집에서 하는 월요일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면 한번에 3,000원씩 계산해서 채우기로 하고 4주째 강윤이가 스스로 알아서 잘 하고 있습니다.
분리수거를 한 날에는 달력에다 강윤이 얼굴을 그려놓았더니 좋아라 하며 오늘도 그려놓으라 하고 학교에 갑니다.
또 지지난 주에 강화 부모님네 모내기가 있었습니다.
학교에는 체험학습으로 말해놓고 아이들도 함께 갔습니다.
아이들에게 그저 모내기 하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너무나 일을 잘하였습니다.
제가 들어도 무거운 모판을 들어 옮겨주는가 하면 모를 내고 빈 모판을 던져놓으면 알아서 정리하고 또 경운기에 옮겨 싣기도 하였습니다.
부모님들은 저보고 아들 다 키웠다며 이제 편한 일만 남았다고 하십니다.

웃음이 납니다.
청소하는 동안 조금 아까 속상했던 마음이 싹 사라지는듯 합니다.

저녁 먹으며 강윤이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말을 꺼냅니다.
“강윤아, 엄마가 새롭게 안 사실이 하나 있어. 아까 보니까 강윤이가 핸드북을 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는 걸 알았어.”
“아니거든요. 외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니가 그렇게 말해도 엄마는 다 알아.”
저녁을 다 먹고 텔레비전에만 눈길을 주고 있는 강윤이에게 마음속에서 맴돌고 있는 말들을 다 할 수는 없었습니다.
자칫 선생님같이 설득하고 가르치려 할 것 같아서요.



‘강윤이가 이 엄마한테는 큰 기쁨이고 자랑이야.
많이 부족하고 실수도 많지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강윤이도 조금만 노력해 줘.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해.
그래야 열매가 있는 거야.
엄마도 강윤이를 도울 준비가 돼있어.
그리고 형은 하나님이 우리 가족에게 주신 특별한 선물이고 강윤이는 큰 선물이야.
강윤이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사람이고 형은 그런 강윤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입었으니 이는 복을 유업으로 받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3:9)-2007년 강윤이에게 주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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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학교에서 막 돌아온 강윤이가 불쑥 오늘 교장실에 갔었다고 합니다.
"왜?"
"나 분리수거 하는 거 착하다고~~. 오늘 조회 시간에도 교장 선생님이 내 얘기를 하잖아~ 부끄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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