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8/2004 - 동검교회로 나들이 가다

아침을 먹으며 남편이 "오늘 동검교회 갈까?" 합니다.
요즘 교회 건축 현장에 갔다오면 공사가 더뎌 답답해 하더니 마음편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나서려는 것 같았습니다.

학교 선배인 김목사님이 강화 동검교회로 새로 부임해 오셔서먼저 계시던 지방 동문들과 점심을 하는 자리가 마침 오늘 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초대된 것은 아니었지만 '와도 된다'는 허락이 있어덕분에 반가운 여러 사람들을 만날 기대를 가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동검교회가 있는 곳은 예전에 동검도였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사면이 개펄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넓게 펼쳐진 개펄과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다 바람만으로도 답답함을 덜어주는듯 합니다.
게다가...동검교회에 도착해 오랫만에 만나는 동문들과 인사를 나누다보니정겹기 그지없습니다.
또 석가탄신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은 동문가족 아이들과 동검교회 아이들이 어울려 북적북적 대는 것이 활기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가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목사님 사택과 붙어있는 교육관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삼겹살과 상추쌈, 숭어회, 불고기, 고사리무침, 상수리묵...나중에 안 사실인데 음식을 가정마다 한가지씩 마련해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알지 못하고 참석한 우리 가족을 포함하여 사람이 많아져 준비한 삼겹살이 부족한듯 했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이 정도가 좋다며 만족해들 했습니다.

식사시간이 끝나자 어느 목사님께서 남자들이 설거지를 포함한 뒷정리를 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사모님들은 음식을 차리느라 수고하셨다면서...그러더니 모두가 일어나 그릇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섬에 들어가야 하는 분들은 배시간이 있기 때문에 어울릴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많은 설거지에 보다 익숙한(?) 아내들이 하겠노라 자청하고 나섰습니다.
사모님들은 알아서 척척 자리를 잡고 그 많은 설거지 그릇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그러고는 모두 밖으로 나와 동검교회 김목사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교회 아래쪽에 있는 좁은 마을 길을 따라 40 여명이 걷다보니제법 긴 행렬이 되어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재배하는 그 유명한 강화 약쑥이 있는 길을 지나자모래톱이 있는 개펄이 보였습니다.
강화에는 모래톱이 있는 곳이 동막 밖에 없다고 들었는데정확한 정보가 아니었습니다.
모래톱과 맞닿아 있는 개펄에서 아이들은 모래보다 개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개펄에는 살아 움직이는 게, 조개가 있었고 다양한 모양의 구멍들이 있었습니다.모래 위에 혼자 앉아있던 강산이나 누리가 개펄을 만지는 것만 지켜보던 강윤이가어느새 누리 옆에 딱 달라붙어 앉아 있었습니다.
하나, 둘 아이들이 개펄로 들어갑니다.강윤이도 들어가겠다며 바지를 걷어달라고 합니다.

강산이도 겅중겅중 개펄로 발을 넣습니다.
그리고는 중학교에 다니는 세 형님들만 빼고 아이들은 다 개펄로 들어갔습니다.
개펄에서 놀고 나면 닦아야되고, 갈아입을 옷도 없지만아이들을 말리는 부모님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잡은 게를 모으는 재미에 점점 먼 곳까지 나갔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자 아이들은 개펄에서 나와근처에 있는 아주 조그만 웅덩이에서 대충 손과 발을 씻고 있었습니다.
집에 갈 시간도 되었고 강산이와 누리만 빼고 아이들도 모두 나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래톱 위에 모여 기념 촬영도 하고...

그런데 사진 찍으면서 보니 바다 쪽으로 100m쯤 나간 곳에 강산이가 계속 허리를 구푸리고 엎드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느낌이 이상하다 싶은데 강윤이 하는 말이 '형 발이 빠져서 못나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도와줘야지, 너 혼자 나왔어?" 라고 속상한듯 말하고 싶은 것을 참고 아직 개펄에 남아있던 누리에게 강산이 좀 도와주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강윤이도 얼른 다시 개펄로 들어 갔습니다.
누리와 강윤이가 열심히 강산이 발을 빼 보지만 안되는 모양입니다.

지켜보던 강산 아빠가 바지를 걷고 나섰습니다.
초조한 나와는 달리 여유롭게 사진기를 챙겨서 말입니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 이르자 아이 발은 안빼고 먼저 사진을 찍습니다.
강산이는 좋아라 손을 흔들며 폼을 잡습니다.
마음이 놓였습니다.

오랜만에 여럿이 함께, 자연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같은 지방 동문들이 함께 모이는 것, 음식을 나누어 장만하는 것, 함께 뒷정리하는 것,새로 부임하신 목사님 가정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것, 목회이야기 나누는 것,강산이 때문에 잠깐 걱정스러웠지만 아이들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 짧지만 자연스러운 하루 일정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나갔다 오니까 마음이 좀 편해졌다'는 남편 말을 들으니내 느낌과 비슷했구나 싶었습니다.

집에 오자 강윤이가 "아빠, 오늘 신나게 놀았다, 그치?"합니다.
강윤이에게서 신난다는 말을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오늘 나들이 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동시에 식구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내 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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