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4/2005 - 2층 높이만한 눈사람


눈이 많이 왔습니다.
새벽기도 갈 때 눈 속에 신발이 절반 정도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하얀 나라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찬 얼굴을 잠자고 있는 강윤이 얼굴에 비벼대며 "밖에 눈 엄청 많이 왔다!" 했습니다.
강윤이는 엄마의 차거운 뺨을 밀어낸 적이 없습니다.
"아, 따뜻하다!" 하면 고개를 끄떡이며 새벽잠을 달게 잡니다.
눈 왔다는 소리에 창문이라도 열어볼 줄 알았는데 눈만 떳다가는 다시 잠들었습니다.

겨울을 아쉬운듯 보내는 기간이 아이들 봄방학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방학이지만 강윤이는 피아노학원에 가야 합니다.
내 속마음은 '길도 미끄럽고 눈도 꽤 많이 쌓였는데 나가서 놀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얼른 학원 선생님에게 전화로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야, 너네 나가서 놀래? 오늘 학원 쉰대."
일부러 밀어내는 걸 알면 청개구리 같이 안 나간다고 할까봐 별일 아닌듯 물어보았습니다.
"앗싸! 옷 줘."
"나 여섯 살 때처럼 2층 높이 눈사람 만들어야지~~~ 엄마, 그 때 2층만한 높이였지?"
'글...쎄'

이른 9시쯤 나간 아이들이 늦은 4시가 넘어 들어왔습니다.
무심한 이 엄마는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잘 모릅니다.
여러 아이들과 어울려 눈으로 신나게 놀다가 이웃에 사는 송희네 가서 놀다왔다는 것 밖에는.
교회 마당 눈 청소를 하고 돌아오신 옆집 아빠(보통은 친정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말씀에 의하면 잘 뭉치는 눈이 아니랍니다.
'아이들이 눈사람 만들기는 어렵겠구나. 그 때 눈사람이 정말 2층 높이만 했나?'


사진을 찾아보니 2001년 1월 큰 눈이 내렸고 친구들과 아이 아빠들이 힘을 보태어 눈사람을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눈이 그치고 마당에 쌓인 눈을 옆집 아저씨 포크레인으로 치울 만큼 많은 양의 함박눈이었습니다.
정말 큰 눈사람이었고 막 여섯 살이 된 강윤이에게는 2층 높이는 돼 보였을 것 같기도 합니다.


같은 해 1월 강화 할머니댁에 놀러 갔을 때도 그랬습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계단까지 있는 눈 미끄럼틀을 만들어 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추억을 더듬다 보니 아이들이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모습도 어린이 티를 벗어나고 있고 부모가 함께 하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나가 놀다 들어오고.아마 잘 노는 것은 공동육아 시절 놀아본 판이 있어 그런가 봅니다.

봄방학이 끝나고 나면 강산이는 4학년(13세), 강윤이는 3학년(10세)이 됩니다.
아이들이 새 학년이 되면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 만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여기서 "좋은"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으나 굳이 한마디로 줄여 보자면 "인격적인" 이라고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기도합니다.
아이들이 어떤 상황 가운데 있더라도 하나님이 눈동자와 같이 지켜주시고 천군천사로 보호하여 주시길 말 입니다.

아파트 가운데 있는 조형물 제목이 "소년과 새" 입니다.
강윤이 말대로 예비청소년이 된 강산이와 "아들" 하고 불러주면 좋아하는 강윤이가 신앙 안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눈동자같이 지키시고 주의 날개 그늘 아래 감추사 나를 압제하는 악인과 나를 에워싼 극한 원수에게서 벗어나게 하소서"(시편 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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